마켓인사이트 11월8일 오전 6시45분

기업들이 시장 수요를 무시한 금리를 토대로 수요예측을 실시했다가 실패하고 뒤늦게 금리를 높여 회사채를 발행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대한제강 동국제강 현대엘리베이터 동부팜한농 등이 대표적이다. 시장 수요에 비해 턱없이 낮은 금리로 발행을 추진하다가 체면만 구기고 결국 기관 등의 요구를 반영해 발행금리를 높였다.

8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대한제강은 9일 300억원의 3년 만기 회사채 발행을 앞두고 현대증권을 대표주관사로 내세워 지난달 31일 기관을 대상으로 수요예측을 실시했지만 참여가 전무했다.

시장의 적정 평가금리보다 지나치게 낮은 공모 희망금리를 제시한 탓이다. 대한제강은 민간 채권평가사들이 평가한 적정 금리(개별민평금리)가 국고채 3년물 금리에 0.84%포인트를 더한 수준임에도 국고채 3년물에 0.62~0.72%포인트만 더한 수준의 금리를 제시했었다.

지난달 23일 3년물 1500억원, 5년물 2000억원 등 350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했던 동국제강도 마찬가지다. 우리투자 하나대투 KB투자증권이 공동 대표주관 업무를 맡았던 동국제강 회사채의 수요예측 경쟁률은 0.07 대 1(3년물), 0.25 대 1(5년물)로 저조했다. 결국 동국제강은 발행금리를 상향 조정했다.

동부팜한농(대표주관 이트레이드증권) 현대엘리베이터(대표주관 대신증권) 등도 지난날 하순 수요예측에 참패한 뒤 발행금리를 높여 회사채를 발행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발행기업은 과도하게 발행금리를 낮추려는 욕심을 부리고 대표주관사는 주관사 경쟁 등으로 발행기업의 부당한 요구를 받아들이면서 수요예측이 실패하는 사례가 되풀이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상열 기자 mustaf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