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대체에너지 수출 확대 기회..자동차 등 통상마찰 예상
교역·투자환경 영향 법안 지속적 모니터링 필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재선이 사실상 확정됨에 따라 우리나라 수출기업들의 불확실성은 다소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7일 한국무역협회와 코트라 등에 따르면 오바마 2기 정부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통한 양국간 통상 협력을 지속하면서도 자동차 등 자국의 제조산업과 일자리 보호를 위해 불공정 관행을 문제삼는 보호무역주의 기조는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 행정부의 무역·통상 핵심정책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A)에 관해서는 한·중·일 FTA와 TPPA 사이에서 이해득실을 따져야할 우리로서는 철저한 손익 분석이 선행돼야 한다고 통상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우리 기업의 '기회 요인'은 = 오바마 행정부의 정책적인 연속성을 고려하면 우리 기업들의 수출 불확실성은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건설 또는 대체에너지 부문 기업들은 대미 수출의 '기회'가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오바마가 지국 온난화 방지를 위한 신재생·대체에너지 산업을 육성하고 에너지 효율성 증대 정책을 지속적으로 시행하면 태양광·풍력 등 국내 연관 산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오바마 정부는 2020년까지 원유 수입량을 절반으로 줄이고 풍력·태양열·바이오연료 등 대체에너지 산업을 지원할 방침이다.

이밖에 저공해석탄, 원자력, 바이오원료, 하이테크 배터리, 셰일가스 등에 대한 오바마 정부의 저탄소 지원사업에서 우리 기업이 골라잡을 수 있는 것들이 많다.

미국은 지난 9월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3차 양적완화'를 시작한 이후 경기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어 향후 기계·설비 및 대체에너지 분야의 수출 기회 확대에 청신호가 되고 있다.

오바마 정부는 FTA가 미국의 수출확대와 해외투자를 견인해 자국의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에 기여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글로벌 경기둔화로 최근 세계 수출이 둔화하고 있으나 대미 수출은 한·미 FTA 이후 상대적으로 선방하고 있다.

해외 기업들의 미국 진출을 장려하는 '개방형 투자정책'을 통해 고숙련·고임금 일자리 창출을 꾀하는 오바마 1기의 '해외투자유치법'이 확정되면 우리 기업의 투자 촉진에 밑거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는 미국 및 기타 TPPA 회원국들 다수와 FTA가 체결 또는 발효된 상태이기 때문에 추가 TPPA 협상에 참여하기 상대적으로 용이하다.

TPPA 협상 내용중 회원국에는 '미국제품의무조달규정'의 적용을 금지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어 우리나라가 향후 TPPA의 회원국으로 참여하게 되면 미국 조달시장에 대한 우리 기업의 진출이 유리해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통상 전문가들은 오바마 1기가 추진한 주요 통상정책의 아젠다가 지속될 것으로 보이지만 현재 의회에 계류중이거나 입법이 추진되는 일부 법안이 대미 교역이나 투자환경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위협요인'도 상존 = 오바마가 자동차 등 자국의 주요 제조산업과 일자리를 보호하기 위해 불공정 관행을 지속적으로 문제삼고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오바마 정부가 집중 지원하는 자동차와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부문에서 미국과 중국간 통상 마찰이 지속되고 있다.

미국은 작년부어 지금까지 중국의 미국산 자동차·닭고기 반덤핑관세, 자동차부품업체 보조금 지급 등과 관련해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는가 하면 태양광 패널 등에 보복관세를 부과하기도 했다.

오바마 정부가 '아시아로의 중심축 이동(Pivot to Asia)'을 표방하면서 아시아 시장에 대한 영향력 확대를 시사한 만큼 중국뿐 아니라 우리나라도 자유로울 수만은 없는 형편이다.

미국이 지난 4년간 불공정 무역관행 시정을 위해 우리나라를 대상으로 한 반덤핑·상계관세 심의 및 판정이 크게 늘었다고 코트라는 분석했다.

2011년 10월 한국산 냉장고 덤핑 예비판정, 지난 6월 한국산 세탁기 상계관세 예비판정, 2012년 7월 한국산 변압기 덤핑 최종판정, 2012년 7월 한국산 세탁기 덤핑 예비판정 등이 대표적이다.

만약 한·미 FTA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확산하면 한국산에 대한 통상압력이 높아지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FRB의 양적완화로 미국 소비자들의 심리가 일부 회복됐지만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 상승으로 우리 기업 제품의 수출에 영향을 주고 있는 것도 우려되는 형국이다.

국제유가와 관련, 오바마 정부가 대이란 무력대응에는 신중한 입장이어서 국제원유수급 동향을 고려할 때 유가 폭등 가능성은 작을 것으로 무역협회는 전망했다.

유가가 안정화하면 우리기업들의 수출입에 대한 부정적 영향을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미국의 경기부양책 실패나 이스라엘의 단독적인 이란 공습 등 유가 상승에 대한 변수는 상존하고 있다는 점은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美현지 업계·전문가들의 산업별 전망은 = 코트라는 워싱턴, 무역, 시카고, 로스앤젤레스, 실리콘밸리 등 미국 무역관에서 현지 업계와 컨설팅 전문가 등과 인터뷰를 통해 오바마 당선에 따른 업종별 영향을 정리했다.

유통업체의 한 바이어는 자동차부품 산업의 경우 중산층에 대한 세제 지원과 부유층 증세를 통해 경기를 부양하려는 오바마의 정책이 수요 확대에 도움이 될 것으로 점쳤다.

신재생에너지 육성을 위한 연비규제 시행 등으로 관련 부품 제조와 개발 비용에 대한 부담은 커질 것으로 보인다.

철강업종과 관련, 미국의 건축시장은 전반적으로 침체하고 있지만 주택시장이 최근 살아나고 있어 내년부터 철강 소비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바이어들은 분석했다.

그러나 관세·비관세 장벽은 여전히 존재하는데다 중국산이나 한국산 제품에 대한 반덤핑 조사와 제소는 꾸준히 이어질 것이라고 현지에 진출한 한국 기업의 한 관계자는 관측했다.

IT(정보기술) 관련 산업은 미국에서 '한국을 본받자'는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어 향후 양국간 파트너십이 늘 것으로 컨설팅사의 한 전문가는 내다봤다.

한국이 '한류 열풍'에 힘입어 콘텐츠산업이 발전하고 있는데다 오바마도 '망중립성(Network neutrality)' 원칙에 따라 사업자의 권리를 적극 보호하고 있어 향후 한국의 콘텐츠사업은 유망할 것으로 실리콘밸리 IT기업의 한 관계자가 전망했다.

기계류는 한·미 FTA 발효로 교류가 증대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미국의 대중 무역 적자에 대한 강경 방침이 우리에게 '어부지리'가 될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섬유는 대표적인 한·미 FTA 수혜품목이다.

미국 소비자들의 소비심리가 살아나면 의류의 대미 수출확대가 확실시된다.

미국이 중국산 섬유제품에 대한 반덤핑 관세 등 수입규제 조치를 강화하면 중국산 제품은 가격이 올라가지만 한국은 대부분 해외에서 생산하기 때문에 양국간 통산 분쟁이 거의 없을 것으로 점쳐진다.

제약·의료기기 부문과 관련, '오바마케어'(건강보험개혁법)가 복제약 기업에 호의적이어서 복제약품 기업이 대부분인 한국에 유리할 것으로 보이는데다 시행이 되면 의료장비 수요도 늘 것으로 예상된다.

가전 분야에서는 그린에너지 관련 제품의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고 현지 기업의 한 관계자는 내다봤다.

(서울연합뉴스) 이동경 기자 hopem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