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못견뎌…대형 공장 줄줄이 경매
소말리아 해적의 선박 납치로 곤욕을 치른 삼호그룹의 경남 거제 선박블록 공장과 선박(4채)이 최근 법원 경매에 나왔다. 감정가격만 834억원에 달한다. 삼호는 조선업 호황기인 2000년대 수주 잔량 기준으로 세계 100대 기업에 들어갈 정도의 회사였다. 그러나 2010년 삼호드림호, 삼호주얼리호 등 두 척의 선박이 해적에게 납치당하면서 경영난을 겪은 데다 조선업 불황까지 겹쳐 올해 초 그룹이 파산 선고를 받았다.

법원 경매에 부쳐지는 감정가격 30억원 이상 공장 물건이 급증하고 있다.

6일 부동산 경매정보 제공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경매에 부쳐진 감정가격 30억원 이상 공장 물건은 모두 1203건으로, 이 업체가 경매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01년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다. 30억원 이상 공장은 2008년 520건에 불과했다. 하지만 2010년엔 1000건을, 올해는 1200건을 넘어섰다.

이들 공장은 경매시장에서도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지 못해 낙찰가격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 낙찰가율(낙찰가를 감정가격으로 나눈 비율)이 2008년에는 75%를 넘었지만 올해는 처음으로 60%대로 추락했다.

불황이 깊어지면서 경매에 나온 공장들도 달라지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는 영세 공장 경매 물건이 많았지만 요즘은 조선·철강공장 등 수백억원대 대형 공장 물건이 늘어나고 있다.

지지옥션에 따르면 최근 1년 동안 경매에 부쳐진 조선소와 선박은 10건을 넘는다. 광주지방법원에서 7일 경매에 들어가는 전남 영광군 홍농읍 칠곡리에 있는 TKS조선소의 감정가격은 684억원이다. 경매시장에서 좀처럼 볼 수 없는 철강업체 공장도 눈에 띈다. 경주 화산리에 있는 동호철강공업 공장은 최근 감정가격 수준인 59억원에 팔렸다.

이상진 기업은행 여신관리부장은 “글로벌 재정위기로 유동성 위기를 겪던 한계기업들이 더 이상 버티지 못하면서 경매로 나오고 있다”며 “당장 경기 불황 해소 기미가 없기 때문에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공장 경매 물건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조성근/김낙훈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