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제조업의 메카’ 산업단지가 바뀌고 있다. 납작한 공장들로 이뤄졌던 50년 역사의 구로공단은 지식산업센터 100여개가 들어서며 입주기업도 1만2000개를 넘어섰다. 이름도 구로디지털밸리로 바뀌었다. 이를 관리하는 산업단지공단도 변하고 있다. 산단공이 관리하는 구로 창원 울산 등 51개 단지의 입주기업은 4만500여개, 고용인원은 93만명에 이른다. 작년 수출액은 2312억달러로 전체 수출의 약 40%를 차지했다. 산단공이 입주기업들의 국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추진 중인 근로자의 삶의 질 향상(QWL), 환경 개선(EIP), 서비스혁신 등을 시리즈로 점검한다.

경기도 시흥시 시화공단에 있는 중소기업 현대아트모아에서 근무하는 정성수 차장(49). 그는 1997년 입사 이후 15년째 시흥시 정왕동 집에서 회사까지 자가용으로 출퇴근했다. 야근하는 날에는 졸음운전을 하기도 했지만 달리 방법이 없었다. 집과 회사를 오가는 시내버스가 없을 뿐만 아니라 인근에서 정차하는 버스는 배차 간격이 1시간에 육박해 이용하기가 수월치 않았기 때문이다.

이랬던 정 차장의 출퇴근길이 올 6월부터 달라졌다. 집 앞과 회사 정문을 이어주는 ‘산업단지공단 근로자 공동통근버스’가 운행되면서 편하게 출퇴근길을 즐기고 있다. 그동안 운전하느라 못 읽은 책을 읽는 것은 물론 매달 들어가는 기름값 15만원도 절약할 수 있게 됐다. 버스요금은 회사와 공단이 전액 지원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정 차장은 “통근버스가 운행되기 시작한 후 출퇴근이 즐거워졌다”고 말했다.

한국산업단지공단(이사장 김경수)의 ‘QWL(Quality of Working Life) 밸리 조성 사업’이 전방위로 확대되면서 산단 근로자들의 삶의 질이 확 달라지고 있다. QWL 밸리 조성 사업은 산업화 초기 조성된 낙후된 산업단지를 일터, 배움터, 즐김터가 어우러진 ‘행복산단’으로 재창조하는 프로젝트다. 근로자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 매력적인 청년 일자리 환경을 조성하는 게 목표다.

이 프로젝트는 2010년 11월 시작된 이래 반월시화, 남동, 구미, 익산 등 4개 국가산업단지에서 31개 사업이 추진돼 왔다. 총 1조2223억원 규모인 가운데 9개 사업이 완료됐고 20여개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올해 시행된 사업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게 ‘공동통근버스’다. 산업단지 교통 불편에 대한 지속적인 애로를 해소하기 위한 것으로 지난 6월11일 시범 개통 이후 출근길 6대, 퇴근길 7대가 운영되고 있다. 통근버스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는 출근 1회, 퇴근 2회 운행한다. 업체별로 수요자 조사를 거친 후 노선을 만들어 만족도가 상당히 높다는 평가가 나온다. 산업단지공단은 올해 말까지 성과를 지켜본 후 내년부터 운행 노선 등을 본격 확대할 계획이다.

산단 근로자들이 내년에 가장 큰 기대를 걸고 있는 사업은 보육시설 확충이다. 산업단지공단은 지방자치단체 등과 공동으로 올해부터 산단 내 부족한 보육시설 확충에 힘쓰고 있다. 지난 6월 산단공과 경기도, 안산시가 안산스마트허브(반월국가산업단지) 내에 워킹맘을 위한 24시간 운영 공립 어린이집 설치 업무협약을 맺은 건 그 일환이다.

산단공이 어린이집 건립 부지를 무상 임대하고 경기도 및 안산시가 건립예산을 지원한다. 이를 통해 안산스마트허브 최초의 공립 어린이집이 2013년 개원될 예정이다. 만 1~5세 어린이 100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다. 산단공과 지자체가 업무협약을 통해 국가산단에 설치하는 공립 어린이집으로는 6번째다. 산업단지 내 공립 어린이집은 작년 말 2곳이 개원했고 4개 지역에 5곳이 추가로 건립되고 있다.

김경수 산단공 이사장은 “향후 ‘산업단지 어린이집 협의회(가칭)’를 설립하는 등 체계적인 보육지원 사업을 활발하게 펼쳐나갈 것”이라며 “산업단지의 지속 성장에 필요한 기업서비스를 원활하게 지원함으로써 근로자들의 삶의 질이 획기적으로 개선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 QWL

quality of working life. 일터의 질을 높이자는 뜻으로, 산업단지에 문화 복지 편의시설 등을 대폭 확충해 젊은이들이 일하고 싶어하는 곳으로 만들겠다는 산업단지 재생 프로젝트다.


반월/남동공단=김병근 기자 bk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