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주자들과 정당들이 내세우고 있는 ‘경제 민주화’ 정책들이 일부 헌법에 어긋나는 부분이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공법학회, 한국행정법학회, 한국국가법학회 공동주최로 27일 서울 재동 헌법재판소 대강당에서 열린 학술대회 ‘차기 정부의 공법적 과제’에서 김남철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경제민주화와 복지’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김 교수는 재벌개혁 논의에 대해서는 “재벌을 강제로 해체하자는 주장은 시장경제질서를 원칙으로 하는 우리 헌법의 정신에 반한다”고 전제하면서 “다만 재벌이 영세민과 중소기업의 영역을 잠식하는 등의 행위에 대해서는 규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대형마트 휴일영업 등을 제한하고 있는 지방자치단체의 조례와 헌법재판소의 위헌 여부 결정을 기다리고 있는 유통산업발전법에 대해서는 “지자체 패소를 판단한 법원 판결에 따라 조례를 수정하면 법적인 하자는 사라질 것”이라며 “유통산업발전법 역시 대형마트 영업의 자유나 재산권 행사에 대한 과잉제한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출자총액 제한(회사 자금으로 다른 회사 주식을 매입·보유할 수 있는 총액을 제한)과 순환출자 금지 등 대기업 규제론에 대해서는 “순환출자의 전면적 금지는 위헌 소지가 크다”면서 “순환출자 비율을 적정하게 제한하거나, 지주회사의 최소의무지분율을 다소 올리거나 산업자본의 은행지분보유 한도를 제한하는 등 간접적 제약이 헌법 등 원리에 맞다”고 발표했다. 또 “대기업 견제 수단으로 언급되고 있는 연기금 주주권 행사(국민연금과 같은 연기금이 보유주식 만큼 의결권 행사) 역시 인정하더라도 기업 경영권의 본질적 내용을 보장하는 선에서 그쳐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자회사로부터 대기업이 받은 배당금에 대해 법인세를 부과하겠다는 논의에 대해서는 “법인세의 이중과세 논란이 생길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재 과세당국은 자회사 배당금에 법인세를 부과하면 이중과세에 해당한다고 보고 배당금을 모회사의 법인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하지만 민주통합당 등에서는 이런 과세를 통해 대기업의 확장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김 교수는 법인세 인상 또한 재산권 침해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봤다. 민주당은 과세표준 및 세율을 현행 △2억~200억원 20% △200억원 초과 22%에서 △2억원 미만 10% △2억~500억원 22% △500억원 초과 25%로 변경하자는 안을 내놓았다.

김 교수는 “과세표준 구간을 2단계로 지나치게 단순화했다는 점, 과세표준이 2억원인 경우와 500억원인 경우를 같은 구간으로 하는 것은 세금을 낼 수 있는 능력에 따라 조세를 공평하게 부담해야 한다는 원칙에 어긋날 수 있다”며 “조세 부담이 급격하게 커지면 지나친 재산권 침해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법인세를 인상하려면 현행 틀을 유지하면서 구간을 세분화하거나 부담이 지나치게 커지지 않는 범위 내에서 세율을 올릴 필요가 있다”며 “법적 안정성, 예측 가능성이라는 법치주의의 요청에 부합되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