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케임브리지대가 약 800년 역사상 처음으로 채권 발행에 나섰다. 경제위기로 기부금 등 재원이 줄자 채권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에 나선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케임브리지대가 10일(현지시간) 3억5000만파운드(약 6245억원) 규모의 40년 만기 채권을 발행했다고 보도했다.

발행금리는 연 3.75%로 정해졌다. 동일한 만기의 영국 국채 금리보다 0.6%포인트(60bp) 높은 수준이다. 지난 7월 채권을 발행한 영국 드몽포르대의 30년 만기 채권 발행금리보다는 1.09%포인트 낮다. HSBC홀딩스와 모건스탠리,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가 주관사로 참여했다.

투자자들은 세계적 명문대인 케임브리지대가 처음으로 발행하는 채권에 높은 관심을 나타냈다. 발행금액의 4배에 달하는 15억파운드의 자금이 몰렸다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전했다. 영국 헤지펀드업체 LNG캐피털의 루이스 가고어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케임브리지대가 발행한 채권은 희소성이 있어 인기가 높았다”며 “나중에 박물관에서 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케임브리지대에 최고 신용등급인 ‘Aaa’를 부여했다.

케임브리지대가 성공적으로 채권을 발행함에 따라 영국의 다른 대학들도 채권 발행에 나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러셀 메이버리 RBS 회사채 담당 부서장은 “케임브리지대 채권이 투자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음에 따라 다른 영국 대학들도 자금조달 수단으로 채권 발행을 고려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케임브리지대는 이번에 조달한 자금을 연구시설 건립 등에 사용할 예정이다. 아이작 뉴턴, 스티븐 호킹 등을 배출한 케임브리지대는 최근 영국 평가기관인 QS가 발표한 ‘세계대학평가’에서 미국 MIT(매사추세츠공대)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