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금만 지급한 상태에서 다시 제3자에게 부동산을 양도했을 경우에는 중과세율을 적용한 양도소득세를 부과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김창석 대법관)는 윤모씨(56)가 “양도소득세 16억여원을 취소해 달라”고 주장하며 부천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양도소득세 및 주민세 부과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4일 밝혔다.

윤씨는 2001년 대한주택공사와 경기도 부천시 소재 토지 1만3000여㎡를 35억여원에 분양받아 계약금을 지급한 뒤 이 토지를 다른 사람들에게 넘겼다. 세무 당국은 윤씨의 거래가 미등기 양도자산(자산 취득에 관한 등기를 하지 않고 양도하는 것)에 해당한다고 보고 중과세율 65%를 적용해 양도소득세 등 16억여원을 부과했다. 이에 윤씨는 “계약금만 낸 상태에서 권리를 다른 사람에게 넘긴 것으로, 권리를 넘겨받은 사람이 대한주택공사에 대금 대부분을 지급했으므로 세금을 낼 이유가 없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냈다.

대법원 재판부는 “계약금 지급만으로 윤씨가 해당 토지의 소유권을 취득했다고 보기 어렵고, 등기도 불가능하다”며 “윤씨는 토지 자체를 넘긴 게 아니라 부동산 취득 권리를 양도한 것에 불과하다고 봐야 하므로 미등기 자산을 양도했다고 보기 어렵고 중과세율 적용도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미등기 양도자산에 대해 양도소득세를 중과하는 이유는 세금을 포탈하거나 양도차익을 노리는 부동산 투기를 방지하려는 목적”이라며 “윤씨에게 조세 회피 목적이나 투기 목적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