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보도‥대미여론악화 등 역풍우려도 만만치 않아

미군 당국이 고(故) 크리스토퍼 스티븐스 주 리비아 대사를 숨지게한 '벵가지 영사관 테러'의 용의자들을 살해 또는 생포하기 위한 군사작전을 준비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일 보도했다.

극비조직인 합동특수전사령부(이하 사령부)는 향후 있을 수 있는 군사작전의 기초를 닦는 차원에서 벵가지 영사관 테러를 감행한 용의자들에 대한 상세 정보들을 정리하고 있다고 미군 당국자들과 대(對) 테러 당국자들이 전했다.

이 작업은 테러 용의자들을 겨냥한 군사 작전을 수행하라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명령이 있을 경우에 대비한 1단계 조치로, 미 국방부와 중앙정보부(CIA)가 함께 진행중이라고 NYT가 보도했다.

현재 가능한 작전의 형태로는 무인기 공격, 작년 오사마 빈 라덴 사살때와 같은 특공대 투입, 리비아 당국과의 합동작전 등이 있다고 신문은 소개했다.

그러나 미 정부 당국자들은 아직 공격 결정이 내려지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미군 특수부대의 작전 준비는 내달 6일 대선을 앞둔 미국의 정치 상황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오바마 대통령은 '범인들이 법의 심판을 받게 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이번 사건과 관련해 여러모로 점수를 잃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사건 성격 규정과 관련, 초기에 우발적 사건이라고 했다가 나중에 테러 공격으로 변경한 점, 벵가지 영사관 경비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을 묵살했다는 의혹 등으로 공화당 측에 공격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런 만큼 오바마로서는 대선을 앞두고 군 통수권자로서의 강인한 면모를 보여주는데 '리비아 보복 공격'이 유용하다는 판단을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외국 영토에서의 군사작전에 수반될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고 NYT는 지적했다.

작전 과정에서 민간인 사상자가 나올 수 있다는 점, 미국이 작년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사망)를 축출하는데 기여함으로써 얻은 민심을 상실할 수 있는 점 등이 예상가능한 부작용으로 꼽힌다.

여기에 더해 최근 선출된 무스타파 아부 샤구르 리비아 총리는 최근 알-자지라 TV와의 인터뷰에서 "(군사작전을 위해) 리비아 안에 들어오는 누구도 받아들이지 않겠다"며 "그것은 우리의 주권을 침해하는 일이기 때문에 거부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 당국은 자국 공무원 4명의 목숨을 앗아간 지난달 11일 벵가지 영사관 습격사건의 배후로 이슬람 과격 무장단체 '안사르 알 샤리아'를 지목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조준형 기자 jhc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