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공산당이 오는 11월8일 제18차 전국대표대회(이하 당 대회)를 개최한다. 중국은 5년마다 당 대회를 열어 공산당 노선을 재검토하고 중앙위원을 선출한다. 이들 중앙위원이 당의 핵심 권력인 정치국 위원과 상무위원을 뽑는다. 당 대회 개최는 앞으로 5~10년간 중국을 이끌어갈 권력 핵심부를 선출하는 절차가 시작됐다는 점과 함께 이들의 명단이 확정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중국의 최고 권력자인 정치국 상무위원은 어떻게 선출되는지, 중국의 권력 교체는 어떻게 이뤄지는지 등 다른 나라의 선거와는 확연히 다른 중국 특색의 정치 구조를 들여다본다.

○중국 최고 권력은 정치국 상무위원회

중국은 공산당이 지배하는 나라다. 헌법상 최고권력기관은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한국의 국회격)이지만 실제로는 공산당이 모든 권력을 장악하고 있다. 전인대 위원장도 공산당이 뽑는다. 그래서 공산당의 권력이 곧 중국의 권력을 의미한다. 공산당의 권력은 당원(8260만명)→전국대표대회 대의원(2270명)→중앙위원(371명)→정치국원(25명)→정치국 상무위원(9명)→총서기(1명)로 올라가는 피라미드 형태다.

한국은 국민들의 직접 선거를 통해 대통령을 뽑지만 중국은 공산당원들이 총서기를 선출해 권력을 맡긴다. 당권을 장악한 총서기는 정부를 대표하는 국가 주석과 군 통수권을 가진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직을 겸임한다. 지금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은 이들 3권을 모두 가지고 있다.

그렇다고 후진타오가 한국 대통령만큼 전권을 행사하지는 못한다. 마오쩌둥(毛澤東) 덩샤오핑(鄧小平) 시대에는 1인 지배체제였지만 지금은 정치국 상무위원들이 권력을 분점하는 집단지도체제로 옮겨가고 있다. 현재 9명의 상무위원은 중요사항에 대해 만장일치로 결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정치국의 통제도 받지 않는다. 그래서 흔히 총서기보다는 정치국 상무위원회를 중국 최고의 권력기구로 규정한다.

시진핑, 11월 '총서기' 등극…중국 '권력 대이동' 시작됐다

○상무위원 인선은 정파 간 투쟁결과

공산당 당헌에는 당 중앙위원들이 중국의 핵심 권력인 정치국원과 정치국 상무위원을 선출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각 정파와 원로들의 투쟁 및 타협을 거쳐 결정된다는 것이 정설이다.

장쩌민과 후진타오는 덩샤오핑이 지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덩샤오핑이 사망한 후 중국은 장쩌민을 중심으로 한 상하이방과 후진타오가 이끄는 공산주의청년단파(공청단파), 그리고 쩡칭훙(曾慶紅) 전 국가부주석을 구심점으로 한 태자당 등 3개 계파가 정치파벌을 형성하고 있다.

상하이방은 과거 상하이지역에서 경력을 쌓고 중앙에 진출한 정치엘리트 집단을 의미했지만 지금은 장쩌민을 따르는 정치인들을 포괄적으로 일컫는다. 이들은 주로 개혁·개방 노선에 충실하고 분배보다는 성장 위주의 정책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공청단파는 공산주의청년단이라는 조직을 거쳐 성장한 정치 집단이다. 상하이방과는 달리 주로 내륙지역에서 정치적 경험을 많이 쌓은 사람들이 많다. 성장보다는 균형 발전과 조화로운 사회 건설 등에 더 관심이 많다.

태자당은 혁명원로 2세이거나 그들과 혼인관계를 맺은 집단을 가리킨다. 쩡산(曾山) 전 국무원 내무부장(장관)의 아들인 쩡칭훙이 대부 역할을 하고 있다. 쩡산은 상하이 부시장을 역임했다. 상하이를 배경으로 성장한 장쩌민과 친분이 두터웠다. 이런 배경으로 장쩌민과 쩡칭훙은 같은 노선을 걸었고 상하이방과 태자당도 오랫동안 같은 편으로 분류된다.

후진타오 집권 이후 주요 보직은 이들 3개 계파 간 세력 다툼으로 결정돼 왔다. 태자당인 시진핑(習近平) 부주석이 공청단의 선두주자인 리커창(李克强) 부총리를 제치고 총서기 및 국가 주석 자리에 오르는 것도 장쩌민과 쩡칭훙이 연합해 시 부주석을 밀었기 때문이라는 게 정설이다.

주목받는 것은 베이다이허(北戴河) 회의다. 중국의 현직 지도부와 공산당 원로들은 해마다 여름 휴양지인 베이다이허에 모여 국가 중대사를 결정한다. 올해도 지난 8월에 베이다이허 회의가 열렸다. 여기서 정치국원과 정치국 상무위원에 관한 밑그림이 그려진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국 상무위원과 관련, 또 하나의 불문율은 은퇴 연령이다. 중국은 2002년부터 만 68세 이상의 지도자들이 반드시 은퇴하도록 내부 규정을 만들었다. 이런 규정에 따라 현재 9명의 상무위원 중 1945년 이후에 태어난 시진핑과 리커창을 제외한 나머지 7명은 모두 은퇴를 해야 한다. 새로 상무위원으로 뽑힐 사람도 1945년 이후 출생자만이 가능하다.

○정치국 상무위원 7명 유력

정치국 상무위원은 2002년 전까지 5~7명이었지만 장쩌민이 집권하면서 9명으로 늘어났다. 최근 이를 다시 7명으로 줄이는 방안을 놓고 상하이방과 공청단파가 힘겨루기를 하고 있지만 어떻게 결론이 났는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다만 홍콩 언론과 미국에 서버를 둔 중화권 매체들은 7명으로 줄어든다는 전제 아래 예상 후보들을 꼽고 있다.

미국에서 운영되는 반체제 중국 사이트 보쉰닷컴과 둬웨이 등은 최근 7명의 차기 상무위원으로 시진핑 부주석(국가주석 겸 총서기), 리커창 부총리(국무원 총리), 장더장(張德江) 충칭시 서기(전인대 위원장), 왕치산(王岐山) 부총리(정협 주석), 류윈산(劉雲山) 당 선전부장(국가부주석), 장가오리(張高麗) 톈진시 서기(상무부총리), 리위안차오(李源潮) 당 조직부장(중앙기율검사위 서기)이 확정된 것으로 보도했다.

그동안 유력한 후보였던 왕양(汪洋) 광둥성 서기는 나이가 젊고 당내 지지도가 약하다는 점이, 위정성(兪正聲) 상하이시 서기는 과거 공안부에 근무하던 친형이 미국에 망명을 했고, 상하이시 서기로 뚜렷한 업적이 없다는 것이 약점으로 지적됐다는 분석이다.

아직은 상무위원 수가 7명인지 9명인지조차도 명확하지 않은 상황이어서 이들 명단이 어떻게 바뀔지 알 수는 없다. 그러나 현재 거론되는 7명의 유력 후보로 정치국 상무위원회가 구성된다면 전통적인 계파 분류상 공청단파 2명(리커창 리위안차오), 태자당 2명(시진핑 왕치산) 그리고 상하이방 3명(장더장 류윈산 장가오리)이 된다. 외형상으로는 태자당과 상하이방 연합이 공청단 파를 압도한 모습이다.

그러나 “시진핑과 후진타오는 서로를 잘 이해하는 친근한 사이” “‘리틀 후진타오’로 불리는 리위안차오는 부친이 리간청(李干成) 전 상하이 부시장으로 태자당이기도 해 차기정부에서 시진핑의 오른팔 역할을 할 것” “한때 상하이방이었던 류윈산은 공청단파로 전환했다”는 등의 설이 나돌 정도로 이들의 정치적 노선이나 친소관계를 구분하기는 쉽지 않다.

권력이양 일정은
후진타오 국가주석 내년 3월 물러나
보시라이는 출당…형사 처벌

중국 지도부 교체와 관련한 가장 큰 대회인 공산당 전국대표대회(이하 당 대회)는 대부분 매년 10월에 열렸다. 하지만 올해는 예년과 달리 오는 11월8일에 열린다고 중국 관영 신화통신이 28일 보도했다.

중국 공산당은 이날 25명의 최고 권력자들이 참여하는 정치국 회의를 열고 당 대회 일정과 사실상 차기 지도부 인선안을 확정했다. 17기(2007~2012년) 5년간의 업무를 심의, 평가하는 17기 7중전회(17대 중앙위원회 7차 회의)는 11월1일 열린다. 이어 당 주석단 회의가 순차적으로 열리면서 당 대회 준비를 마무리짓게 된다.

당 대회에서는 크게 3가지 중대 사안을 처리한다. 하나는 당 총서기로부터 5년간 업무 성과와 향후 계획 등에 대한 보고를 받고 이를 심의·의결한다. 또 당헌을 심의하고 개정한다. 마지막으로 당의 주요 인사를 결정할 중앙위원 등을 선출한다.

가장 관심이 쏠려 있는 당 총서기, 정치국 상무위원, 당 군사위원회 주석과 위원 등은 당 대회 직후 11월16일 열릴 예정인 1중전회(중앙위원회 첫 전체회의)에서 최종 확정된다. 당과 군부의 권력 교체는 이때 마무리되지만 정부의 권력 교체는 다음해 3월에야 공식적으로 이뤄진다. 전국인민대표대회를 열어 국가주석과 총리를 선출하는 절차를 밟는다.

2007년에 열린 17차 당 대회를 보면 △9월28일 정치국 회의 △10월9~12일 16기 7중전회 △14일 17차 당 대회 예비회의 및 주석단 회의 △15~21일 17차 당 대회 △22일 17기 1중전회가 순차적으로 개최됐다.

따라서 10월 중에 당 대회를 열려면 정치국 회의를 곧 소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동안 보쉰닷컴 등 해외 중화권 매체들은 10월9일 또는 10월18일 당 대회가 개최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여전히 일정은 오리무중이다. 그래서 아직도 정치국 상무위원을 확정하지 못하는 등 계파 간 권력 투쟁이 진행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편 중국 공산당은 이날 보시라이(薄熙來) 전 충칭시 당서기를 출당시키고 사법 기관에 넘겨 형사 처벌을 받게 하기로 했다. 보시라이는 아내 구카이라이(谷開來)의 영국인 독살 사건과 관련, 사건을 은폐한 혐의로 당기율검사위원회의 조사를 받아왔다. 그는 지난 3월 이 사건으로 충칭시 당서기에서 해임되고 당 정치국원 및 중앙위원 자격을 정지당했다.

베이징=김태완 특파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