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A씨와 부인 B씨는 최근 이혼하면서 부인이 두 자녀를 양육하기로 합의했지만, 매년 추석 연휴기간에는 자녀들과 남편이 함께 보내게 하기로 했다. 남편 A씨가 ‘명절에 자녀들을 만나게 해 달라’는 요청을 했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여 매년 추석은 아이들과 아버지가 함께 보낼 수 있도록 면접교섭권(이혼 후 자식을 기르지 않는 부모가 정기적으로 또는 특정 시기에 자녀를 만나도록 하는 권리)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이 결과 오는 추석 자녀들은 아버지와 친조부모와 함께 지내게 됐다.

28일 서울가정법원에 따르면 최근 법원에서는 추석이나 설 등 명절에 면접교섭을 허용하는 사례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판사들도 명절에 면접교섭을 허용할지 여부를 고려할뿐 아니라 이혼 부모가 먼저 ‘명절에 자녀를 보게 해 달라’고 요청하는 경우도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법원에서 명절 면접교섭권을 정하는 유형은 크게 네 가지다. 설과 추석 중 하나를 정해 면접교섭권을 주는 경우가 있다. 그러면 자녀들은 설과 추석 각각 다른 부모와 함께 지내게 된다. ‘무조건 추석에 면접교섭’ 식으로 못박지 않고 추석과 설날 중 1회 택일해 면접교섭을 허용하는 경우도 있다. ‘공평하게’ 추석과 설을 번갈아 면접교섭하도록 하는 방식도 있다. 법원에 따르면 최근 ‘짝수 해의 설명절과 홀수 해의 추석명절 연휴기간 중 명절 전날 오전 11시30분부터 명절 다음날 오후 6시까지 면접교섭하라’는 판단이 나오기도 했다. 비양육부모가 설과 추석 모두 자녀들을 만나도록 하는 경우도 있다.

서울가정법원 측은 “과거에는 1달에 1~2회 주말에 정기적으로 면접교섭하도록 했으나 최근에는 자녀들의 방학기간 및 명절까지 고려해 면접교섭에 관해 판단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며 “면접교섭에 대한 이혼 부모들의 인식이 높아지면서 명절에 자녀를 보는 등 면접교섭을 다양한 방법으로 충실히 하려는 경향이 생겼다”고 분석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