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25일 발표한 내년 나라살림에서 재정융자사업 가운데 6조7천억원을 이차보전(利差補塡) 방식으로 지원하기로 했다.

이차보전은 정부융자를 민간 금융기관의 대출로 전환하되 정부는 정책 수혜자에게 시중금리와 정책금리의 차이만큼을 메워주는 방식이다.

수혜자는 정부에서든 시중 은행에서든 결과적으로 싼 이자에 돈을 빌릴 수 있다.

경기부양을 위해 재정을 풀면서 균형재정도 달성해야 하는 정부로서는 대출금 전체가 아니라 이자차액만 부담하면 되므로 재정운용에 숨통이 트이게 된다.

정부는 성과가 부진한 사업의 세출구조조정으로 2조2천억원을 줄이고 유사ㆍ중복 지원을 조정해 1조5천억원을 절감하기로 했다.

◇재정융자 6조7천억원 이차보전으로 전환
기존 재정융자사업(국민주택기금 3조원+중소기업진흥기금 3천억원+에너지특별회계 2천억원)을 이차보전 방식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전환되는 재정융자 규모는 3조5천억원으로 정부는 750억원의 이자 차액만 부담할 계획이다.

이차보전으로 확보한 3조5천억원은 경기대응과 민생안전, 지방지원에 쓰기로 했다.

세부적으로 지자체 취득세ㆍ양육비 보전에 1조3천억원, 지역 사회기반시설(SOC) 투자와 중소기업 지원에 1조5천억원, 일자리사업ㆍ가계부채 안정 사업 등에 7천억원을 투입하다.

여기에 신규 사업에 지원할 이차보전 비용으로 500억원을 확보했다.

민간 금융기관에서는 3조2천억원 규모의 융자가 일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신규 사업은 생애최초주택구입자금 융자(2조5천억원), 주택계량ㆍ농가안정자금융자사업 등 농특회계(3천700억원), 긴급경영안정자금원조 등 중소기업진흥기금(2천억원), 에너지특별회계(1천억원)로 편성했다.

결국 정부는 기존 융자 전환분 750억원, 신규 500억원 등 1천250억원의 예산만 들여 6조7천억원 규모의 재정융자 효과를 거두게 되는 셈이다.

따라서 내년 예산안의 총지출(342조5천억원)은 올해보다 5.3% 증가하지만 이차보전에 따른 6조7천억원을 더하면 실질적인 증가율은 7.3%로 올라간다.

정부는 최근 5년간 농림수산업, 중소기업 등 분야에서 이차보전을 통해 매년 1천억~3천900억원에 이르는 경제효과를 냈다며 제도 정착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류양훈 기재부 기금운영계획과장은 "민간대출로 전환되는 돈 때문에 시장 금리가 올라서 돈을 빌려야 할 사람이 못 빌리는 구축효과(한 분야에서 지출을 확대하면 다른 분야가 위축되는 것)가 나타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민간의 융자규모 1천900억원(잔액 기준) 중 민간대출 전환 규모인 6조7천억원이 차지하는 비중이 미미하다는 것이다.

농협금융지주 등 일부 금융기관은 안정적인 대출수요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차보전 전환을 반기며 유동성이 풍부해 대출 공급여력이 많다는 점에서 긍정적 효과가 기대된다.

김동열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민관 협력과 거버넌스를 활용하는 세계적 흐름을 따라 새로운 아이디어를 과감하게 차용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고 평가했다.

◇3대 유형 8대 영역 세출구조조정으로 3.7조원 줄인다
집행부진, 성과미흡, 외부지적 등 3대 유형의 사업을 놓고 세출구조조정에 들어가 2조2천억원을 절감하기로 했다.

우선 지난해보다 집행률이 90%에 못 미치거나 지난 3년간 평균 집행률이 90% 미만인 사업의 예산은 10~30% 감축할 예정이다.

2013년 완공 예정이었던 법무부의 법무연수원 이전 사업은 완공 시기가 2014년으로 미뤄지면서 내년 예산이 올해보다 30% 감축됐다.

부처별 재정사업 자율평가의 점수가 `미흡' 이하인 경우에도 10% 이상 감액하기로 했다.

다만, 수혜자가 정해진 복지사업 등 의무지출사업의 경우 예외를 인정하기로 했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나 언론 등 외부에서 예산낭비 사례로 지적받은 사업도 구조조정 대상이다.

연구개발(R&D), 공적원조(ODA), 국방경영 효율화, 인건비ㆍ기본경비, 전달체계 효율화, 보조사업, 재정융자사업, 정책연구용역비 등 8개 영역에서도 세출 구조를 바꿔 1조5천억원을 아끼기로 했다.

R&D 부문에서는 지난 7월 국가과학기술위원회가 제출한 R&D 효율화 계획에 따라 여러 부처에서 중복으로 추진하던 사업의 예산을 감액했다.

신약개발과 태양광 사업 등에서는 1천500억원이 깎였다.

보조사업 평가결과에 따라 타당성이 미흡한 보조금은 폐지하거나 감액한다.

조세감면과 재정사업이 중복으로 지원되는 분야에는 재정융자 규모를 줄인다.

재정융자사업 중 정책금융의 역할이 더는 필요하지 않은 사업을 대상으로 하며 신재생에너지사업 등이 대상이다.

국방시설 등 집행부진 사업과 내년에 집행 여부가 불확실한 방위력 개선 사업은 필수 소요 위주로 반영키로 했다.

공무원 직접 사용경비(여비ㆍ업무추진비ㆍ특근매식비 등 부대경비)를 줄이고, 예산낭비 우려가 계속됐던 정책연구 용역비도 축소하기로 했다.

(서울연합뉴스) 박수윤 기자 clap@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