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역 앞 재개발 구역 '진퇴양난'…"철거도 끝났는데…" 부동산 침체에 사업 '발목'
24일 찾은 서울 한강로2~3가 용산역 주변 재개발구역은 썰렁하고 스산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용산역 앞에 길게 둘러쳐진 울타리 안쪽은 삭막하게 파헤쳐졌고, 아직 철거가 안된 노후건물 벽에는 상가 이전 등을 알리는 안내쪽지들만 덕지덕지 붙었다.

올 상반기 철거가 끝난 용산역 앞쪽 재개발구역(전면2·3구역)은 인근 국제빌딩 주변 4구역 등과 함께 지역 전체가 온통 공사판으로 변했다. 하지만 겉보기와 달리 이곳은 조합원 간 갈등이 깊어지면서 재개발 사업이 진퇴양난에 빠져 있다는 게 주택업계의 분석이다.

○수익성 악화에 ‘진퇴양난’

용산역 앞 재개발 구역 '진퇴양난'…"철거도 끝났는데…" 부동산 침체에 사업 '발목'
오랜 진통 끝에 철거까지는 마쳤지만 부동산 경기가 장기침체에 빠지면서 수익성 악화로 사업추진이 안되고 있다는 것이다.

용산역 주변에는 현재 전면 2·3구역, 국제빌딩 주변 4·5구역 등의 재개발이 진행 중이다. 국제빌딩 주변 3구역은 동부건설이 최근 ‘센트레빌 아스테리움 용산’을 준공해 지난달부터 입주를 시작했다. 모두 2008년 이전 사업승인이 났던 곳으로 당시 입지가 좋아 투자자들이 많이 몰렸다. 그러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치면서 재개발시장이 급격히 얼어붙었다. 재개발 수익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일반분양 아파트 분양가도 하향 조정이 불가피해졌다.

이로써 조합원과 시공사 등 사업주체 간 내부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4구역은 공사비 갈등으로 시공사인 삼성물산과의 계약이 해지됐다. 이후 시공사 재선정을 위해 세 차례 공개입찰을 추진했으나 모두 유찰됐다. 4구역 사업 관계자는 “현재 수의계약을 추진하고 있지만 관심을 갖는 건설사가 없다”며 “땅이 모두 파헤쳐진 상태여서 사업취소도 불가능하고, 금융비용만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용산참사가 벌어졌던 이곳에서는 사고 이후 조합이 사업정상화를 위해 100억~200억원 정도를 투입했다. 조합원들에 대한 이주비 이자만 매달 6억원 정도가 지출되고 있다.

시공사가 결정된 전면2·3구역은 공사비를 놓고 시끄럽다. 전면2구역의 경우 최근 대우건설과 조합 간 본계약 1차 협상이 결렬됐다. 시공사 측은 공사비를 3.3㎡당 450만원에서 570만원으로 올리는 대신 전체 분양가를 9000억원에서 7000억원 수준으로 낮출 것을 요구했지만 조합이 받아들이지 않았다.

전면 3구역 시공사인 삼성물산도 사업초기에 잡았던 ‘3.3㎡당 4000만원대 초반’의 분양가를 3000만원대 초반으로 조정해줄 것을 조합에 요구하고 있다. 국제빌딩 주변 5구역은 사업성 불투명을 이유로 아예 사업 자체를 잠정 보류한 상태다.

○고분양가·중대형이 ‘발목’

전문가들은 수익률이 다소 떨어지더라도 사업을 빨리 재개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사업이 지체될수록 조합원 이주비 등 금융비용 등이 높아져 원가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기 때문이다. 국제마스터부동산연구소의 송인규 대표는 “조합도 초기사업 계획안을 고수하기보다 상황에 맞게 탄력적으로 조정해야 한다”며 “정부에서도 오피스비율 완화 등으로 사업추진이 정상화될 수 있게 인센티브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고분양가·중대형 구조로 짜여진 계획이 그대로 추진될 경우 나중에 문제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강로2가 A부동산 관계자는 “지난달 입주한 국제빌딩 주변 3구역도 중대형 아파트를 고분양가로 공급한 탓에 매매가는 현재 분양가 대비 10~15% 빠진 상태”라고 말했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