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말레이시아 친환경 에너지 생산시설의 첫 수출 사례로 내세웠던 사바주 팜오일 산업단지(POIC) 바이오매스 열병합발전소 사업이 좌초 위기에 놓였다. 말레이시아 중앙정부가 바이오매스 등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에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한 결정에 대해 지방정부가 반대하면서 수익성이 불투명해졌기 때문이다.

2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국전력 발전 자회사 중 한 곳인 한국중부발전이 주도하는 이 사업은 당초 지난달 완료될 예정이었지만 지난해 건설이 중단된 것으로 확인됐다. 중부발전은 최근 이사회를 열고 사업 철수를 검토하기로 했다.

○6개월 내 사업 철수 결정

POIC는 2100만㎡ 규모의 세계 최대 팜오일 산업단지로, 120여개 바이오디젤업체 및 팜오일 정제업체가 입주해 있다. 중부발전은 이 곳에 팜오일을 정제한 뒤 나오는 부산물을 연료로 하는 발전소를 지을 계획이었다.

중부발전 관계자는 “사업타당성에 대한 재평가를 외부 기관에 의뢰한 상태”라며 “이 같은 내용을 최근 이사회에도 보고했다”고 말했다.

중부발전은 2010년 6월 신재생에너지컨설팅업체 에코프론티어, 한국인프라자산운용 등과 함께 말레이시아 POIC 열병합 발전사업의 특수목적회사인 에코바이오매스에너지를 설립했다. STX중공업이 시공업체로 참여했다. 당시 정부는 한국 최초로 말레이시아에서 폐기물을 활용해 친환경 에너지를 생산하는 시설을 수출했다고 홍보했다.

총 사업비 1억달러(약 1300억원) 규모의 이 사업은 올 8월 완료되면 향후 20년간 8300억원의 수익을 올릴 것으로 예상됐다. 화석연료 사용을 줄여 탄소배출권을 얻는 청정개발체제(CDM) 사업으로도 부가가치를 창출할 것으로 정부는 기대했다.

○보조금 지원 지자체와 갈등

하지만 사업이 시작되고 5개월 만인 지난해 2월 발전소 건설은 중단됐다. 말레이시아 정부가 계획했던 발전차액 지원제도가 중부발전이 진출한 사바주 등 일부 지자체의 반발로 시행이 유보됐기 때문이다. 발전차액 지원제도는 신재생에너지로 생산된 전력의 기준가격을 정해두고 전력 가격이 기준을 밑돌면 차액을 제공하는 일종의 보조금 제도다. 이들 지자체는 보조금을 부담할 수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단가가 비싼 신재생에너지 발전은 정부 보조금이 없으면 사업성이 떨어져 한국 등 각국 정부는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발전을 육성하기 위해 이 같은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중부발전 관계자는 “말레이시아 국영전력회사와 사바주 정부가 출자한 전력회사와 판매 계약을 맺어 전력판매 리스크가 작다고 판단했다”며 “외부 용역 결과가 나오면 6개월 내 사업 철수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정세가 불안정한 동남아시아 등에 진출할 때는 정책의 지속 가능성 등을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

■ 바이오매스

biomass. 에너지로 전환이 가능한 나무와 농작물 분뇨 등을 통칭하는 말이다. 석탄 석유 등 화석연료와 달리 환경 파괴가 적고 재생이 가능해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각광받고 있다. 옥수수 사탕수수 등 식량을 연료로 사용하는 것에 대한 논란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