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LG전자 간 냉장고 용량 경쟁이 법정공방으로 비화됐다. 삼성이 유튜브에 올린 동영상 광고에 자극받은 LG가 “삼성의 부당광고 행위를 못하게 해달라”며 법원에 가처분신청을 제기했다.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TV 기술유출 논란과 관련해 삼성이 LG를 상대로 소송을 건 데 이어 이번엔 LG가 먼저 법정으로 달려갔다.

○LG, “누가 큰지 공개 검증하자”

LG전자는 24일 “삼성전자가 유튜브에 올린 동영상 광고는 허위사실과 악의적 비방 내용을 담고 있다”며 “이 동영상 사용을 금지해달라”는 내용의 가처분신청을 서울중앙지법에 냈다.

LG는 신청서에서 “삼성이 LG 제품을 폄훼하는 기만적이고 부당한 비교광고를 내보내 LG전자의 명예와 인격권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다”며 “우리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삼성의 부정경쟁행위를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삼성전자가 지난달 22일과 이달 21일 잇따라 유튜브에 올린 ‘냉장고 용량의 불편한 진실 1,2’라는 두 편의 동영상을 삭제하는 한편 삼성 블로그 등을 이용한 광고 행위를 일절 금지해달라고 요구했다.

1차 동영상은 작년 9월에 나온 삼성 860ℓ 냉장고가 LG 870ℓ 냉장고보다 더 많은 물을 보관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동영상 광고에선 두 냉장고를 눕혀 물을 붓는 방식을 썼다.

2차 동영상에선 삼성 901ℓ 냉장고가 LG 910ℓ 냉장고보다 캔커피와 참치 캔을 더 많이 넣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캔커피는 67개 더 들어가고 참치 캔은 90개 많이 넣을 수 있다”는 구체적인 수치까지 제시했다. 이에 LG는 지난 18일 삼성에 1차 유튜브 동영상을 내리고 사과를 촉구하는 항의 공문을 보냈으나, 21일 삼성이 2차 동영상까지 올리자 가처분신청 제기라는 초강수를 뒀다.

LG는 “국가 표준인 KS(한국산업)규격에 따라 용량을 측정한 만큼 삼성의 주장은 터무니없다”며 “제3의 기관을 통해 양사 냉장고의 용량을 공개 검증하자”고 삼성 측에 요구했다. 삼성이 비협조적으로 나오면 가처분신청에 이어 손해배상 소송도 제기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LG 관계자는 전했다.

○삼성, “동영상에 문제 없다”

삼성전자는 이날 참고 자료를 통해 “양사 제품의 실상을 쉽고 재미있게 알려주기 위해 동영상을 제작했을 뿐 허위사실은 들어 있지 않다”고 맞섰다. 마케팅 수단으로서 동영상을 만들었지 LG 냉장고를 비방하려는 의도는 없었다는 얘기다.

삼성은 또 “동영상 화면에 자체 실험치 기준임을 명시했기 때문에 LG 주장대로 소비자를 기만하고 국가 표준의 신뢰성과 권위를 훼손했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주장했다. 삼성과 LG는 2010년부터 냉장고 용량을 두고 일진일퇴의 공방을 거듭해 왔다. 올 들어선 지난 7월 삼성이 901ℓ 냉장고를 내놓자 LG는 다음달 곧바로 910ℓ 냉장고로 응수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