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다른 나라의 지식재산권 보호를 자국과 같은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호주 등 9개국이 추진하고 있는 다자간 자유무역협정(FTA)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통해서다. 미국 의회에서는 자국 내 지식재산권 보호를 이유로 포털을 통한 인터넷 검색을 제한하는 법안이 발의됐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4일 미국이 TPP 참여국에 미국과 같은 수준의 지식재산권 보호를 요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지난 7월 TPP 내의 지식재산권 보호 요구안을 공표한 것이 단적인 예다.

FT는 “1995년 세계무역기구(WTO) 창설 당시 지식재산권 보호를 명문화해 경제적 이득을 챙긴 미국이 세계적인 지식재산권 보호 강화를 이끌어내려 한다”며 “베트남 등 다른 TPP 참여 개발도상국의 반대로 협상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TPP에는 미국과 호주, 뉴질랜드, 브루나이, 칠레, 말레이시아, 페루, 싱가포르, 베트남 등이 참여하고 있다. 일본도 중국을 견제한다는 포석에서 작년 말 TPP 참여 의사를 밝혔다.

올초에는 마이크로소프트와 영화제작사 디즈니, 유니버설 등의 로비를 등에 업고 ‘온라인 해적행위 금지법’ 등 강력한 인터넷상 지식재산권 보호법이 미국 하원에서 발의되기도 했다. 인터넷 검색엔진 등을 통해 지식재산권이 있는 콘텐츠에 함부로 접근할 수 없게 하려는 시도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미국 전체 수출액의 1%대를 차지했던 지식재산권 관련 수익은 영화와 음반, 제약산업의 성장에 힘입어 2010년 이후 4%대까지 올라섰다.

지난해 로열티 등 지식재산권의 해외 판매수익은 약 800억달러로 미국의 전통적 수출품목인 농산품(400억달러)의 2배였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