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과 LG의 냉장고 용량 경쟁이 급기야 법정 분쟁으로 번졌다. 지난 7월 열흘 간격으로 최대 용량을 내세운 신제품을 각각 출시해 2010년부터 이어온 크기 경쟁을 지속하더니 이번엔 광고 속 냉장고 용량 측정법을 두고 신경전을 벌이다 못해 소송까지 들어갔다.

LG전자삼성전자의 '부당 광고 행위의 금지를 청구'하는 내용의 광고금지 가처분 소송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기했다고 24일 밝혔다.

회사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광고행위는 '기만적인 광고' '부당 비교 광고' '비방 광고' 및 '부정경쟁행위'로서 LG전자의 명예를 심각히 침해한다"며 "권리 보호를 위해 강력한 법적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LG전자가 문제로 삼은 것은 삼성전자가 지난 달 22일 블로그와 유튜브를 통해 올린 광고. '냉장고 용량의 불편한 진실'이라는 제목의 동영상 광고에서 삼성전자는 857리터 자사 지펠 냉장고와 870리터 LG 디오스 냉장고를 눕힌 뒤 내부에 '물'을 부어 용량을 측정했다. 이렇게 잰 결과 크기가 작은 삼성전자 냉장고에 더 많은 물이 들어갔다는 내용이다.

LG전자는 이 방법이 국가 표준인 KS규격(한국산업규격)에 따른 용량 측정 방법이 아닌, 삼성전자의 임의적인 측정법이라고 비판했다.

해당 광고에 쓰인 물 붓기 방법은 정부의 공식 규격인증기관인 기술표준원에서 인정하지 않는 방식인데도 삼성전자는 '삼성 지펠은 KS를 준수해 냉장고 용량을 표기합니다'라고 표시해 마치 물 붓기가 KS규격에 의한 적법한 측정 방식인 양 소비자를 기만했다는 것.

이에 LG전자는 이달 18일 삼성전자에 해당 광고를 즉각 중지하고, 관련 책임자를 문책하라는 공문을 내용증명을 통해 발송했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내용증명 수신 후에도 어떠한 형태의 회신도 없이 오히려 '냉장고 용량의 불편한 진실2'라는 비방 광고를 21일 유투브에 추가로 게시했다고 LG전자는 주장했다.

회사 관계자는 "광고 중지와 사과는 커녕, 캔 넣기라는 2차 동영상을 만들어 배포했다"며 "자막만 '자사 실험치 기준'으로 바꾸었을 뿐 여전히 소비자를 오도하고 경쟁사를 폄훼했다"고 말했다.

LG전자에 따르면 '물 붓기'는 실제 사용되지 않는 공간까지 포함하고 '캔 넣기'는 사용 가능한 공간을 임의로 누락하는 등 실제 사용 가능한 공간을 정확하게 측정할 수 없는 잘못된 방식이다.

한국에서 판매되는 모든 냉장고에는 지식경제부 산하 기술표준원에서 제정, 공표한 KS규격에 따라 측정한 '전체 유효내용적'을 표기하도록 돼 있다. '전체 유효내용적'은 KS규격의 측정법에 의거해 설계 실측치를 측정, 계산해 표기한다.

냉장고 문을 닫고 내부 부속품을 제거한 상태에서 측정한 총 용적에서 냉각기 및 각종 온도조절장치 등 사용할 수 없는 공간을 제외한 실제 사용 가능한 공간을 의미한다.

윤경석 LG전자 HA사업본부 냉장고 연구소장은 이번 동영상과 관련해 "KS 규격에 따른 정부 공식 측정 방식으로 제 3의 공인 기관을 통해 공개 검증하자"고 삼성전자에 제안했다.

이어 "경쟁사의 악의적이고 비상식적이며 정도에 어긋난 부정경쟁 및 명예훼손 행위에 대해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며 "부당한 방법으로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려 하지 말고, 고객 만족을 위해 제품 및 기술 개발 등 정당한 경쟁을 추구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그러나 "유튜브를 통해 방영한 동영상은 화면에 자체 실험치 기준임을 명시했고 LG가 주장하듯 내용상에 기만이나 허위사실이 없다"며 "공중파 CF가 주지 못하는 색다른 묘미를 주고 있는 바이럴 마케팅 수단을 사용해 소비자들이 제품의 실상에 대해 피부로 느낄 수 있도록 했다"고 반박했다.

한경닷컴 권민경 기자 k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