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서 에볼루션은 1992년 출시 이후 진화를 계속해오면서 성능과 내구성을 개선시켜온 미쓰비시의 대표 모델이다. 해외뿐만 아니라 국내에도 두터운 마니아층을 확보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랜서 에볼루션을 구매하려면 6개월 이상 기다려야 할 정도로 인기 높은 고성능 스포츠 세단이다.

외관은 강인하면서도 독특한 개성이 있다. 공기역학을 고려한 앞부분은 제트기 디자인에서 영감을 받았다. 뒤쪽에 비행기 날개처럼 달린 대형 스포일러는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 역동성을 추구하는 소비자들이 선호할 만하다. 타이어는 차량의 가속, 선회 및 제동력을 높이기 위해 18인치를 기본 장착했다.

운전석에 앉으니 몸에 꼭 맞춘 듯 안락한 ‘레카로 풀 버킷 시트’가 인상적이었다. 굴곡이 심한 도로에서도 운전자의 이상적인 주행자세를 유지시켜주기 때문에 편안하다.

스포츠 세단인 만큼 폭발적인 주행 성능을 자랑한다. 시동을 거니 ‘으르렁’하는 엔진음이 주차장 전체에 울려 퍼졌다. 무겁고 낮은 배기음이다. 가속페달을 밟으면 2ℓ 엔진이라고는 믿기 힘든 가속력을 보여준다. 2.0 MIVEC 트윈 스크롤 터보엔진이 295마력, 41.5㎏·m의 토크를 뿜어낸다. 알루미늄 실린더 블록과 캠다이렉트 드라이브 등을 적용해 경량, 소형, 저중심이라는 엔진 설계의 3박자를 고루 갖췄다. 자동화된 수동변속기로 불리는 TC-SST 6단 자동변속기를 장착, 정밀하게 컨트롤이 가능하다. 시속 200㎞ 정도의 초고속으로 달려도 힘이 부치지 않았다.

시속 80㎞ 이상으로 급선회해도 흔들림이 없을 정도로 코너링이 안정적이었다. 바퀴 전체를 제어해 극한 상황에서도 높은 차체 안정성을 제공하는 최첨단 4륜 구동 기술인 S-AWC(Super All Wheel Control)를 적용한 덕분이다. 코너 진입 속도를 높여도 네 바퀴가 균일하게 밀리면서 차체 안정성을 잃지 않았다. 바퀴가 도로에 밀착되는 느낌이다. 다만 연비가 좋지 않은 것이 흠이다. 공인연비는 ℓ당 8.1㎞, 실제 주행연비는 ℓ당 5.7㎞ 수준이었다. 차값은 5860만원.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