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지비 적고 사고 처리 간단…'장기 렌터카' 뜬다
주부 이은희 씨(42·마포구)는 최근 아이들의 통학을 위해 장기 렌터카를 구입했다. 남편 출퇴근용 자가용이 있어 차를 2대 보유하면 비용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 이씨는 주말 레저용으로도 쓸 수 있는 쏘렌토R 렌터카를 계약했다. 보증금 829만원에 월 렌트비 75만6000원씩 3년간 낸 후 추가 비용 없이 차량을 인수할 수 있는 조건이다.

선납금 829만원을 내고 할부 구매하면 3년간 매월 60만6000원을 내야 한다. 렌트에 비해 월 부담액은 적지만 취득·등록세(175만원), 3년간 보험료(260만원), 자동차세(156만원), 정비비 등을 더하면 유지비가 렌터카보다 높아진다. 이씨는 “사고 처리가 간단하고 보험 할증이 없다는 점도 렌터카를 선택한 이유”라고 말했다.

○5년 새 7배 성장

개인 장기렌터카가 새로운 자동차 구매 형태로 떠오르고 있다. 렌터카 회사가 차량을 구매하고 고객이 일정 기간 월 렌트비를 내고 이용한 후 반납하거나 계약을 연장해 인수하는 형태다.

본인 명의로 차량을 구매하는 할부 구매는 차량 취득에 관련된 세금과 등록비용, 보험료, 자동차세 등을 자동차 소유주가 부담해야 한다. 개인 장기렌터카는 이런 부대비용이 월 렌트비에 전부 포함돼 있다. 할부, 리스보다 이자율이 낮아 경제적이다.

최근 렌터카의 효율성을 인식하는 고객이 늘고 있다. KT금호렌터카에 따르면 지난해 개인 장기렌터카 계약 고객은 5146명으로 2007년(751명) 대비 7배 성장했다. 경기 불황으로 경제적으로 차를 이용하는 방법을 찾는 고객이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이일범 KT금호렌터카 마케팅 팀장은 “대기업, 공기업 임원 및 전문직 사업자들의 렌터카 이용이 보편화하면서 ‘허’ 번호판에 대한 소비자 인식이 긍정적으로 바뀌었다”며 “자동차도 ‘소유’에서 ‘대여’로 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지비 적고 사고 처리 간단…'장기 렌터카' 뜬다

○중·대형차 최대 600만원 저렴

개인 장기렌터카가 법인 렌터카와 구별되는 특징은 인수와 정비에 대한 옵션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차량 보유자, 여성·초보운전자, 개인사업자 등이 유리하다. 집에 차가 있지만 자녀 통학용, 비즈니스, 레저 등의 이유로 세컨드카가 필요한 가족들은 2대의 차를 보유하는 데 따른 재산세, 차량 유지비, 차량 관리의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다. 차량 구입부터 관리, 사고 처리를 서비스해주기 때문에 여성이나 초보운전자들에게도 편리하다. 운행거리가 길어 LPG 차량 이용을 원하는 경우, 교통사고 이력이 있어 자동차 보험료가 높은 신차 구입자, 렌트비 비용 처리가 가능한 개인사업자도 장기렌터카를 이용하는 편이 경제적이다.

KT금호렌터카에 따르면 43세 남자가 그랜저 HG 프라임 인수 옵션형 장기렌터카 상품을 구매했을 때 3년 계약, 보증금 30%, 정비 불포함 조건을 적용하면 할부 구매보다 총 비용이 최대 600여만원 저렴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