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뉴타운·재개발·재건축 사업을 추진하다 중단한 추진위원회는 내년부터 사업 과정에서 들어간 비용(매몰비용)의 70%를 지원받을 수 있다. 사용내역은 서울시가 규정한 기준을 통해 검증받아야 한다.

서울시는 조합설립 인가 이전 단계에 있는 서울시내 재정비(재개발·재건축) 추진위 약 260곳의 사용비용 보조 기준 등을 담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 조례 개정안’을 17일 입법예고한다고 발표했다. 개정안은 서울시의회 심의 등을 거쳐 12월께 공포될 예정이어서 실질적인 비용 지급은 내년 상반기쯤 이뤄질 전망이다.

서울시 주거재생과 관계자는 “전문가들은 서울시내 전체 추진위(260개) 중 10~30%가 사업을 중단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개별 추진위가 사용한 평균 금액은 3억~4억원이라 적게는 수십억원에서 많게는 수백억원의 예산이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보조금 지원은 ‘신청→검증→사용비용 결정·통보→지급’ 등의 순서로 진행된다. 추진위는 승인 취소 6개월 이내에 대표를 선임해 해당 구청에 보조금을 신청해야 한다. 그러면 구청장은 부구청장을 위원장으로 15명 이내의 전문가, 공무원(5급 이상) 등으로 검증위원회를 구성, 사용내역을 꼼꼼히 검증한다.

핵심은 ‘영수증이 붙은 법정사용액’만 비용으로 인정한다는 점이다. 추진위가 ‘추진위 운영규정’에 따라 적법하게 사용한 용역비 회의비 인건비 운영비 사업비 등이 해당된다. 검증위는 국세청에서 인정하는 영수증, 계약서 등과 함께 해당 업체에서 국세청에 소득 신고한 자료 등으로 검증에 나설 계획이다. 추진위별로 편차가 심한 인건비와 용역비는 상한선을 설정하고, 과다 사용한 것으로 여겨지는 비용에 대해서는 검증위가 한도를 조정할 수 있도록 했다.

뉴타운·재개발 출구 전략을 위한 사용비용 공공보조는 지난달 초 국토해양부가 개정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 시행령’에 근거하고 있다. 부동산 경기 침체와 주민 간 갈등으로 고착 상태에 빠진 재개발·재건축 지역들을 일정 부분 정리하자는 취지에서 국토부는 시행령 개정을 통해 지방자치단체가 추진위 승인을 취소할 경우 일부 비용을 보조할 수 있도록 했다. 법인체인 조합설립 이후의 매몰비용에 대해서는 아직 지원 여부를 놓고 찬반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이건기 서울시 주택정책실장은 “검증받지 못하는 비용까지 계산하면 서울시가 지급할 보조금은 개별 추진위가 사용한 전체 지출액의 50%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라며 “시는 정부도 보조금을 병행 지급해야 한다는 제안을 여러 차례 정부에 전달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원 대상과 범위를 두고 일부 주민의 불만도 나오고 있다. 강남의 한 추진위 관계자는 “추진위마다 사정이 다르고, 비용도 제각각인데 일률적 기준으로 영수증 처리한 비용만 보전한다면 실제 소요된 나머지 금액은 주민들이 부담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지금까지 서울시에 실태조사를 신청한 39개 사업주체 중 이번에 비용을 보전받을 수 있게 된 추진위 단계의 구역은 9곳에 불과하다. 나머지 30개는 조합설립인가를 받았기 때문에 비용 보전을 받을 수 없어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다.

한편 이날 서울시가 발표한 개정안에는 공공관리제를 적용하고 토지 등 소유자 과반이 ‘추진위원회 설립 단계’를 생략해줄 것을 요청하면 조합설립 인가가 가능하도록 한 내용도 포함됐다. 정비사업이 약 1년 이상 빨라질 것으로 서울시는 내다보고 있다.

문혜정/이현일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