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파 vs 오사카파…'두 회장' 재일한국상의
‘도쿄파와 오사카파로 갈라서나.’

도쿄파 vs 오사카파…'두 회장' 재일한국상의
일본에서 사업을 하는 교포 상공인 모임이 둘로 갈려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일본의 관동·관서 지역갈등이 재일교포 사회에도 그대로 재연될 조짐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 2월 오사카 출신의 박충홍 재일한국상의 9대 회장(69)이 재일본대한민국민단(민단) 소속 임의단체로 있던 재일한국상의를 사단법인화해 독립한 뒤 갈등이 불거졌다. 도쿄에 본부를 둔 민단은 조직 분열을 조장한다며 재일한국상의 10대 회장에 민단 성향의 홍채식 회장(79)을 선출했다. 두 단체를 이끄는 회장들은 한 달 새 잇따라 한국을 방문, 50년을 이어 온 정통성을 주장하며 대립하고 있다.

지난 6일 오후 2시께 서울 명동 로열호텔. 오공태 민단 단장은 기자와 인터뷰 내내 연신 담배를 피웠다. 50분 남짓한 시간에 반 갑 가까이 담배에 불을 붙였다. 홍 회장도 표정이 어둡긴 마찬가지였다. 오 단장은 “재일 한국인 사회 내부에서 일어난 일이기 때문에 가급적 내부에서 해결하려고 했다”며 “하지만 박 회장이 지난 8월 한국을 방문해 우리와 다른 입장을 적극적으로 알리면서 이대로 있어선 안된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재일한국상의는 1962년 전신인 ‘재일한국상공회 연합회’를 결성할 때부터 민단 산하조직이었다. 민단 규정에 따르면 재일한국상의가 중요 결정을 내릴 때는 상부조직인 민단과 협의해야 한다. 민단 소속 임의단체인 재일한국상의가 사단법인 자격을 취득하려면 민단으로부터 독립해야 하기 때문에 규정상 민단 중앙위의 의결사항이다.

박 회장은 지난해 5월 취임하자마자 사단법인 자격 취득을 결의하고 부대조항으로 ‘상부단체인 민단과 긴밀히 협의’하기로 했다. 민단 측은 “이후 박 회장 측이 협의 없이 지난해 11월 일본 경제산업성에 ‘일반사단법인 재일한국상공회의소’ 명칭 사용 허가서를 제출하고 지난 2월 사단법인 등기를 마쳤다”고 주장했다. 박 회장 측은 일본 법원에 민단 측의 ‘재일한국상공회의소’ 명칭 사용 정지를 요청하는 가처분 신청을 한 뒤 현재 받아들여진 상태에서 민단 측 재일한국상의와 소송을 하고 있다.

박 회장은 법인 출범 후 지난 8월 한국을 방문, 대한상의 측 인사와 만나는 등 적극적인 대외 행보를 펼쳤다.

홍 회장을 비롯한 민단 측 인사들도 지난 6일 한국을 찾아 자신들의 입장을 알리고 있다. 민단 측은 지난 6일 손경식 대한상의 회장, 김덕룡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상임의장, 김경근 재일동포재단 이사장 등을 만난 데 이어 7일엔 김수한 한일친선협회 회장, 한동우 신한금융그룹 회장 등을 예방했다.

재일한국상의의 사단법인 추진은 8대 최종태 회장(60) 때 시작됐다. 일본 효고현 고베 출신으로 무역업체 야마젠흥산과 운수업체 히라야마운수 회장인 그는 재일한국상의 회장을 6년간 지냈다. 당시 박 회장은 재일한국상의 부회장이었다. 고베와 지리적으로 인접한 오사카 출신인 박 회장은 신한은행 설립자 고(故) 이희건 명예회장이 운영하던 간사이흥은에서 2001년 퇴임한 뒤 외식사업을 창업했다. 회전초밥 등 20여개의 일본요리 전문 업체를 보유하고 있는 트러스트그룹 회장이다. 홍 회장은 현재 석유플랜트 건설업체 교우리츠 회장이다.

박 회장 측은 사단법인을 추진한 것은 민단에서 벗어나 일본 정부로부터 정식 단체로 인정 받고 자유로운 활동을 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박 회장은 “민단의 보수적인 문화 때문에 재일교포 상공인들은 빠르게 변하는 글로벌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 회장은 이에 대해 “굳이 사단법인으로 바꿔 일본 법의 규제와 제약을 받으려는 건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민단이 재일한국상의 이탈을 반대하는 것은 민단 조직 중 부인회와 함께 가장 크기 때문이다.

정성택 기자 naiv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