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3일 한국은 일본, 미국, 프랑스 등에 이어 세계 7번째로 ‘20-50(소득 2만달러·인구 5000만) 클럽’에 이름을 올렸다. 1960년대 세계 최빈국 수준의 국가에서 이만큼 성장한 대한민국의 오늘이 자랑스럽다는 반응이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게다가 국제통화기금(IMF)은 몇 달 전 발표한 자료에서 올해 한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2만3680달러에 달하고 이어 지속적으로 늘어나 2016년 3만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측했다. 한국도 이제 자타가 공인하는 경제 우등생의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장밋빛 미래만이 점쳐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2031~2050년에 1.05%까지 급격히 낮아져 회원국 중 세 번째로 낮은 예상치를 보이고 있다. 같은 기간 미국의 잠재성장률이 2.1%, 유럽 1.4%임을 볼 때 이는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대목이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빠른 고령화와 낮은 서비스산업 기반을 그 이유로 들고 있고,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고성장·고부가가치 산업의 육성이 절실하다는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고성장·고부가가치 산업 가운데 대표적인 분야로는 문화콘텐츠를 들 수 있다. 문화콘텐츠는 확산 속도 및 영향력 면에서 강력한 힘을 지니고 있으며, 창구효과(window effect)를 통해 하나의 문화상품이 문화산업 내·외부적으로 다양하게 활용되면서 그 가치가 증대되는 양상을 보인다. 캐릭터산업에서 대표적인 예로 ‘뽀로로’가 120개국으로 수출되고 연간 로열티 연 120억원, 시장매출액 5200억원 등 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는 것도 문화콘텐츠의 힘이라고 볼 수 있다.

이미 해외 주요 선진국에서는 국가적인 차원에서 글로벌 콘텐츠 시장에서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분주한 노력을 펼치고 있다. 세계 2위의 문화콘텐츠 강국인 일본은 ‘신산업 창조전략’과 ‘이-재팬(E-Japan)’ 전략을 통해 애니메이션, 캐릭터 산업을 지원하고 있다. 영국도 일찍이 문화산업을 창조산업(creative industry)으로 명명하고 뮤지컬, 음악 방송 등을 집중적으로 육성해 왔다.

이런 관점에서 한국 정부가 중장기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대표적인 문화 정책의 하나로 2004년부터 힘을 쏟고 있는 ‘아시아문화중심도시 광주 조성사업’을 들 수 있다. 이 사업은 약 3만9000평의 부지에 공연과 전시, 교육, 연구 등 다양한 기능들을 담당할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의 건립을 비롯해 문화도시 환경 조성과 기초예술 진흥을 위한 사업들이 포함돼 있다.

프랑스의 랜드마크로서 건축물과 콘텐츠가 조화롭게 어우러져 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는 퐁피두센터처럼, 국립아시아문화전당도 전당이라는 그릇과 그 그릇을 알차게 채우는 콘텐츠의 시너지 효과를 통해 세계 속의 랜드마크로 자랑스럽게 회자되도록 만들어야 한다.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사업은 아시아 문화가 하나의 마당에 조화롭게 어울리고, 그 구심점에 우리나라가 자연스럽게 자리 잡도록 해야 하는 만큼 준비 단계부터 조화를 원칙으로 한 철학이 필요하다. 그런 만큼 그 어느 사업보다도 국민들의 관심과 성원이 매우 중요하고 절실하다고 할 수 있다. 이는 단순한 지역사업이 아니며, 아시아인들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국가사업으로 인식하고, 풍부한 문화콘텐츠를 각각의 분야에서 채워 나간다면 더욱 뜻 깊을 것이다.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사업은 한국, 나아가 아시아 전체를 위한 국책사업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 같은 국민적 인식을 바탕으로 정부의 정책적인 뒷받침도 꾸준히 이뤄져야 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이 프로젝트가 한국과 아시아 문화를 매개로 해 소통하고 삶을 행복하게 하는 기념비적인 사업이 되도록 만들어야 한다.

2014년에 아시아문화전당이 완공되고 2023년도에는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사업이 완료되면 그 다음은 그 공간에 알찬 문화콘텐츠를 가득 채워넣는 일이 남아 있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한국이 아시아문화중심지로 거듭나고 세계가 사랑하는 문화 랜드마크를 갖출 수 있기를 바란다.

윤원중 < 국회 사무총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