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힐링’이 트렌드다. 힐링푸드, 힐링하우스, 힐링캠프 등 많기도 하다. 우리 회사도 올해 국립수목원에서 힐링스타일 신입사원 채용설명회를 열었다. 예컨대 햇살이 반짝반짝하는 나뭇잎 아래 삼삼오오 모여 앉아 “음… 좋은 광고회사란 말이죠”라고 설명을 하는 형식이다. 상상만 해도 기분이 상큼해지는 광경이다. 4년 내내 취업이란 숙제로 힘들게 보낸 대학생들에게는 기분 좋은 치유의 시간이지 않았을까. 요런 깜찍한 아이디어를 낸 직원에게 ‘참 잘했어요’ 도장을 다섯 개쯤 꽝꽝 찍어주고 싶을 지경이다.

그런데 이 힐링이란 게 몰아서 한꺼번에 하자면 돈도 많이 들고, 시간도 많이 들고, 노력도 많이 든다. 그러니까 매일매일 조금씩 습관화할 필요가 있다. 나도 나름 아픔(?)이 많은 인생을 살고 있어서 열심히 나를 위한 작은 힐링의 시간을 만들고 있다. 예를 들면 바쁜 아침시간이라도 잠깐 짬을 내 굳이 드립을 해서 커피를 마신다거나, 오물딱쪼물딱 바느질을 한다거나, 좀 번거롭긴 해도 천천히 정성을 들여 손으로 뭔가를 하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건 꼭 ‘손’으로 한다는 것(물론 원하시는 분들은 ‘발’로 하셔도 무방합니다).

광고란 게 죽어라 머리를 굴리는 일인 데다 정답은 없다. 데드라인이 코앞인데 아이디어가 바닥나면 그야말로 공황 상태. 바로 이럴 때 명약은 몸으로 하는 단순한 동작이다. 드립커피의 경우 드륵드륵 원두를 갈아 뜨거운 물을 동그랗게 천천히 떨어뜨리는 것이 핵심이다. ‘그게 무슨 힐링이 되냐’ 하실 분도 계시겠지만 그 별것 아닌 동작이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히는 데 상당히 도움이 된다. 믿기 어려운 분들은 한번 시도해보시길.

그 이유는 ‘집중’ 때문이다. 맛있는 커피를 마시겠다는 단 한 가지 생각뿐이다. 그래서 짧은 순간이지만 마음을 안정시켜주는 세라토닌 같은 물질이 뭉텅뭉텅 나오는 것이 아닐까(의학적인 지식이 전무하므로 근거를 대 보라고 하면 곤란하다).

바느질도 마찬가지. 일요일, 심지어 퇴근 후에도 짬짬이 바늘 쌈지를 꺼내 드는 건 하루 종일 지친 내 마음에게 고생했다 하고 다독다독해주는 나만의 방법이다. 옆에서 보는 남편은 쉬지 못하는 게 병이라고 하지만 내게는 바느질하는 시간이 쉬는 시간이자 치유의 시간이다.

요즘엔 늙으나 젊으나 하루 종일 인터넷을 들여다보고 있어서 너도나도 자라목이 될 판이다. 필요 없는 정보들이 머릿속을 야금야금 갉아 먹어 그야말로 ‘치유’가 아니라 ‘치료’를 해야 할지도 모른다.

‘이제 그만하지?’라고 몸이 깜빡깜빡 빨간 신호를 보내기 전에 하루 10분, 아니 5분이라도 스스로를 힐링하는 작은 습관을 만들어 보면 어떨까. 유쾌하게, 사소하게, 말랑말랑하게, 오래 해도 질리지 않는 나만의 힐링법을 찾아보자.

김혜경 < 이노션월드와이드 전무 hykim@innocea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