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건설이 이라크 신도시 건설사업 선수금 7억2500만달러를 약속 기한이 넘도록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재계 안팎에서는 사업을 지휘해온 김승연 한화 회장의 구속 여파로 프로젝트 자체가 좌초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6일 한화에 따르면 지난 5월30일 본계약을 체결한 이라크 국가투자위원회(NIC)는 2개월 내에 총 사업비 (72억5000만달러)의 10%인 7억2500만달러를 지급하기로 했지만 현재까지 지급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한화는 당초 이슬람 성월인 라마단 기간(7월21일~8월18일)과 선수금 지급 날짜가 겹쳐 일시적으로 지급이 미뤄진 것으로 보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으나 라마단 이후에도 결제가 이뤄지지 않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상황이다.

김 회장 구속 이후 이라크 사업을 총괄해온 김현중 한화건설 부회장은 이라크를 방문해 NIC 측과 협의를 진행하고 있는 상태다. 한화건설 관계자는 “사업추진 자체에 문제가 생긴 것은 아니고, 실무적인 차원에서 선수금 지급이 늦어지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김 회장이 2010년부터 이라크 신도시 건설사업의 타당성을 검토하고 관련 회의를 직접 주관하는 등 사업 전반을 직접 챙겨왔고, 말리키 이라크 총리와 각별한 사이라는 점에서 사업 추진에 제동이 걸렸다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 이라크 정부와 NIC는 김 회장의 재판 결과와 사업지속 여부 등에 대해 국토해양부와 한화 측에 해명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국토부는 ‘김 회장 공백에 따른 위험성은 없다’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했다.

이 사업은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 인근 비스마야 지역에 1830만㎡(약 550만평) 규모의 경기 분당급 신도시를 조성하는 사업으로 한화건설이 설계·조달·시공을 일괄 수주했다. 해외 신도시 및 주택건설 사업으로는 사상 최대 규모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