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X수서역 2015년 개통 불가…서울시-철도공단 '갈등'
2015년 개통을 목표로 추진 중인 ‘수서발 고속철도(KTX) 사업’이 서울시와 한국철도시설공단의 마찰로 예정 기간 내 개통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한국철도시설공단은 5일 “서울시가 시·종착역을 수서역 대신 삼성역으로 교체하라고 무리한 요구를 해 2014년 수서역 완공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며 공식 입장을 냈다.

김광재 철도시설공단 이사장은 “서울시와 강남구청이 교통 혼잡 등을 이유로 2009년과 작년 10월에는 삼성역을 반대해 놓고 이제 와 입장을 바꿨다”며 서울시를 강하게 비난했다. 김 이사장은 박원순 시장에게 면담을 요청한 상태다.

공단은 KTX 수서역 건설을 위해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GB) 관리계획을 수립하려고 작년 3월부터 서울시에 심의를 신청했다. 그러나 서울시는 지난 5월 도시계획위원회에 상정한 후 세 차례 연속 심의를 보류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최근 논의 중인 수도권광역도시철도(GTX)가 수서역을 거쳐 삼성역까지 오는 만큼 KTX와 보다 통합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하자는 입장이다.

이제원 서울시 도시계획국장은 “수서역을 짓지 말자는 게 아니라 공단이나 국토해양부와 더 협의를 하자는 것”이라며 “공단 입장에선 KTX만 생각해 빨리 사업을 진행하려고 하지만 서울시는 종합적인 검토를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서울시 실무자도 “일부 도시계획위원들이 KTX 노선을 삼성역까지 연장하거나 수서역과 삼성역을 통합 사용하는 방안에 대해 의견을 냈다”고 말했다.

그러나 내년 준공을 목표로 늦어도 다음달 안에 수서역 공사를 시작하려던 공단은 서울시의 이 같은 입장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김 이사장은 “삼성역을 KTX 시·종착역으로 쓰려면 서울지하철 3호선이나 분당선보다 더 아래(최소 지하 50m 이하)로 내려가야 할 텐데 위험한 공사”라며 “차량을 주차·정비하는 주박시설도 만들어야 하는데 이걸 도심 지하에 만든 곳은 전 세계에 없다”고 말했다.

공단 측은 점검을 위해 회송도 해야 하는 KTX와 출퇴근 시간에 2~3분 단위로 다니는 GTX는 같은 선로를 쓰기 힘들다는 주장이다. 또 삼성역 주변 땅값이 너무 비싸고 역사를 지을 공간도 마땅치 않다고 지적했다.

공단 측은 수서역 건설이 계속 늦어질 경우 성남역에 임시역사를 짓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문혜정/김보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