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박근혜, 100분 독대…무슨 얘기?] 朴 "민생 직접 챙겨라" 강력 주문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가 2일 8개월여 만에 오찬을 겸한 독대를 했다. 배석자 없이 100분간 두 사람은 영양밥과 시래깃국을 먹으며 민생 현안에 대해 두루 대화를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박 후보는 이날 회동에서 이 대통령에게 “민생을 더 적극 챙겨달라”고 요청했다. 특히 △성폭력 등 국민 안전 문제 △태풍 피해대책 △반값등록금과 양육수당 등 민생경제 현안 세 가지의 해결을 중점적으로 제기했다고 이상일 새누리당 대변인은 전했다. 여당 대선 후보로서 현직 대통령에게 민생 해결에 대한 적극적인 목소리를 낸 것이다.

이 대통령은 박 후보의 요구사항에 대해 ‘전반적으로 이해하고 있다’는 답변을 했다. 이에 따라 정부가 재원 문제로 반대해온 양육수당의 전 계층 지급 문제 등이 앞으로 당ㆍ정 간에 어떻게 논의될지 주목된다.

이 대통령과 박 후보는 이날 청와대 본관 2층 백악실에서 시종일관 얼굴에 웃음을 머금은 채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대화를 시작했다. 양측은 언론에 공개된 4분여 동안 주로 최근 태풍 피해와 이 대통령의 해외 순방을 주제로 얘기를 나눴다.

이 대통령은 청와대 백악실에 입장해 먼저 와 기다리던 박 후보를 보자마자 다가서며 “어휴, 얼마나 고생이 많으십니까”라고 안부를 건네며 악수하는 등 반갑게 맞이했다. 이 대통령은 “요즘 어디 다녀오셨다면서요”라고 일어선 채로 태풍 피해 현장을 방문한 박 후보의 근황을 물었다. 이에 박 후보가 “논산 태풍 피해 현장을 다녀왔습니다”라고 답하자 이 대통령은 “호남하고 충청이 피해가 많던데…”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박 후보는 “다 무너지고 처참했습니다”라며 “1년 농사를 지은 건데 폭염과 가뭄 속에서 간신히 수확기를 맞았지만 다 무너지고 농민이 망연자실해 있었습니다”라고 전달했다.

이어 자리에 앉고 나서는 박 후보가 먼저 말문을 열었다. 박 후보가 “며칠 후 해외 순방을 가신다면서요”라고 묻자 이 대통령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와 그린란드를 갑니다”라고 외유 일정을 소개했다. 박 후보가 “우리 대통령으로서는 (그린란드에) 처음 가는 것이죠”라고 관심을 보였다.

이 대통령은 “이번에 자원개발 약속을 하고, 북극항로 협약도 맺고 올 겁니다”라며 “그러면 다음 정부에서 (개발)하면 됩니다”라고 말했다. 현 정부에서 협력에 대해 약속을 하되 임기 말인 만큼 차기 정부에서 개발에 나서면 된다는 취지의 얘기였다.

양측 회동에는 당에서 최경환 후보 비서실장과 이상일 대변인, 청와대에서 하금열 대통령실장, 이달곤 정무수석비서관, 최금락 홍보수석비서관 등이 초반 잠시 배석했다가 곧바로 퇴장했다.

이날 회동에 대해 김현 민주통합당 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에서 “이 대통령이 특정 정당 후보의 정책과 공약사항을 들어주는 모양새로 대화가 오갔다”며 “이번 회동은 명백히 선거 중립을 훼손한 자리”라고 비판했다.

한편 박 후보는 3일 자승 조계종 총무원장과 홍재철 한국기독교총연합회장, 정진석 추기경을 비롯한 종교 지도자들을 예방하는 등 통합 행보를 이어갈 예정이다.

차병석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