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이 29일 총파업에 들어갔지만 산업현장의 생산차질은 미미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조합원들의 참여도가 낮아 총파업으로서의 의미가 크게 퇴색되면서 파업의 동력도 잃었다는 지적이다.

민주노총은 이날 전국 거점지역 16곳에서 집회를 여는 등 총파업에 들어갔다. 민주노총이 밝힌 총파업 참여규모는 13만7000여명이다. 집회는 부산 대구 대전 울산 등 전국 주요 도시에서 모두 열렸지만 서울에서는 총파업 집회가 열리지 못했다. 민주노총 서울본부가 최근 경비용역의 조합원 폭행사태가 벌어진 경기 안산시의 SJM 인근에서 집회를 열었기 때문이다.

파업 요구사안은 △비정규직 철폐 △정리해고 철폐 △노동조합법 재개정 △장시간 노동 단축 △KTX 등 공공부문 민영화 저지다. 한결같이 단위사업장에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닌 정부 정책, 법 개정과 관련된 것이어서 정치파업의 성격이 강하다. 31일에는 전국 파업인원 가운데 2만여명이 서울역에 집결, 집회를 할 예정이다.

민주노총의 총파업은 2008년 이후 4년 만이다. 지난 6월 총파업 계획을 밝힌 뒤 두 달 넘게 준비를 해왔다. 그러나 회원조합들의 참여 정도가 미미해 사실상 총파업으로서의 의미를 잃었다는 게 노동계 안팎의 평가다.

민주노총 스스로도 “원론적 의미의 총파업을 온전히 실현하진 못했다”고 인정할 정도다. 고용노동부는 이날 “7만8511명이 민주노총 총파업에 참여했다”고 발표했다. 조합원이 4만5000명인 현대자동차지부 관계자는 “29일 주야 6시간씩 파업을 벌였지만 민주노총 파업 일정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으며 지부 자체의 교섭을 원만하게 풀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공공운수노조연맹 관계자도 “파업보다는 집회 중심으로 총파업에 참여했다”고 설명했다. 사무금융연맹 관계자는 “전체 조합원 8만여명 가운데 파업 참여 규모는 1000여명”이라고 전했다. 조합원이 3만여명인 건설노조 관계자는 “집회 참여는 많이 했지만 태풍의 여파로 토목공사를 못하기 때문에 어차피 일을 쉬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총파업의 산업계 파급영향은 거의 없다”며 “말만 총파업이지 이렇다 할 움직임이 눈에 띄지 않는다”고 말했다.

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 노사·사회정책연구본부장은 “민주노총의 요구사안들을 보면 현장 근로자의 요구와 동떨어진 느낌”이라며 “비정규직 등의 절박한 요구는 분명히 있지만 공감을 불러일으키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동원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민주노총이 너무 강경투쟁만 하다 보니 노조원들의 호응도가 많이 떨어졌다”며 “조합원 탈퇴와 총파업 참여 저조라는 악순환에 빠져 있다”고 평가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