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건비↑·구인난으로 동남아 등으로 공장 이전
"중국 현지화 전략 필요" 조언도

모조 다이아몬드인 큐빅 지르코니아 전문 업체인 극동보석.

2002년 공장을 전북 익산에서 칭다오(靑島)로 이전한 이후 이제는 연간 1억 달러 생산을 목표로 할 정도로 중국에서 입지를 단단히 다졌다.

최근에는 영화 '도둑들'에 나오는 보석 '태양의 눈물' 제작사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얼마 전 일부 생산 라인을 베트남 하노이로 옮겼다.

내년 초에는 태국 방콕에도 공장을 새로 세울 예정이다.

이유는 바로 중국 현지의 인력난과 인건비 상승 때문.
극동보석의 사례처럼 중국에 진출한 한국의 많은 중소기업들이 최근 들어 공장 가동에 필요한 인력을 구하기 어려워졌다고 호소하고 있다.

중국이 지난 2008년 신노동법을 시행하면서 인건비와 각종 보험료가 오른 데다 노동력이 제조업보다는 서비스업으로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달 초 대한상공회의소가 중국에 진출한 305개 기업을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71%의 기업이 올해 임금·사회 보험·복리 후생비를 포함한 노무비가 작년보다 10% 이상 증가했다고 답변했다.

20% 이상 증가했다고 답한 기업도 15.2%에 달했다.

중국 현지에서 만난 한 기업인도 "중국의 많은 젊은이가 한국 돈으로 월급이 60만원인 공장보다는 30∼40만원을 주는 커피숍에서 일하기를 원한다.

공장 일이 상대적으로 더 힘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중국이 산업을 고도화하면서 첨단 기술을 보유한 기업을 유치하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도 노동 집약적인 제조업 중심의 중소기업이 설 자리를 잃게 하는 한 요인이다.

경영 환경이 악화하자 한·중 수교 이후 인건비 절감을 위해 중국으로 생산 기지를 옮긴 한국의 중소기업들은 중국을 떠날지 아니면 남을지 다시금 고민에 빠졌다.

최근 몇 년 사이 일부 기업은 인건비가 저렴한 곳을 찾아 중국 내륙 또는 베트남과 미얀마 등 동남아로 떠나고 있다.

이들 지역은 칭다오보다 물류비가 추가로 들지만 인력을 비교적 값싼 비용에 쉽게 구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한 기업인은 "3년 전만 해도 칭다오에는 한인 기업이 6천여 개에 달했으나 구인난으로 동남아 등으로 이전해 지금은 3천500여 개가 남았다.

이들 중 많은 공장이 종업원 수를 절반 수준으로 줄이고 있다"며 현지 상황을 전했다.

몇몇 기업은 한국으로의 유턴도 고려하고 있다.

한-미 FTA와 한-EU FTA의 체결, 지방 정부의 지원 등 개선된 국내 사업 환경이 이들 기업을 유인하고 있는 것이다.

올해 초 코트라(KOTRA)가 설문 조사한 결과 중국에 진출한 240개 기업 중 12.5%가 유턴 의향이 있다고 답하기도 했다.

실제로도 중국에 진출한 보석 업체 10곳이 익산 등으로 유턴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곽수근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다른 나라로 공장을 옮기는 것이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지만 이는 중국 현지의 갖가지 제약 때문에 어려운 점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임가공 무역에서 벗어나 중국 내수 시장을 공략하거나 지역 사회에 이바지하는 현지화 전략도 고려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칭다오<중국>연합뉴스) 임은진 기자 engi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