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에버랜드 전환사채(CB) 인수를 제일모직이 포기하도록 해 제일모직에 손해를 끼쳤다고 주장하며 장하성 고려대 교수 등 제일모직 주주 3명이 낸 손해배상 소송의 항소심에서 법원이 주주들의 손을 들어줬다.

대구고법 제3민사부(홍승면 부장판사)는 22일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에버랜드 전환사채는 조세를 회피하면서 에버랜드의 지배권을 넘겨주기 위해 이건희 회장 등의 주도로 이뤄졌고, 제일모직에 전환사채 인수를 포기하도록 한 것은 업무상 배임에 해당된다”고 판결했다. 장 교수 등 원고 측은 2006년 4월 소송을 냈으나 이 회장과 관련한 형사재판 기록의 송부와 열람을 대법원과 서울고법, 서울중앙지검 등이 잇따라 거부하는 바람에 소송을 제기한 지 4년10개월 만인 지난해 2월에서야 1심 선고가 이뤄졌다.

당시 1심을 맡았던 대구지법 김천지원 민사합의부는 “피고는 그룹의 경영권을 이전하려는 목적으로 전환사채를 발행하게 하고, 제일모직에 전환사채를 인수하지 않도록 한 것은 배임에 해당하고, 손해배상의 책임이 있는 만큼 130억원을 배상해야 한다”며 원고일부 승소판결했다.

대구=김덕용 기자 kimd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