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이사철이 임박해지면서 잠잠했던 서울·수도권 전세시장에 심상찮은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대중교통 여건이 양호한 역세권과 업무시설 밀집지역 주변 등에 신혼부부·직장인 전세 수요가 몰리면서 임대물건 부족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서울 송파구 등 재건축으로 이주 가구가 많은 곳도 가격이 꿈틀대고 있다.

서울에서는 구로·중랑·성동구 등 다른 지역에서도 전세 매물 소진이 빨라지고 있다. 광명·화성·남양주 등 수도권 주요 도시도 미약하지만 오름세로 반전됐다.

◆‘전셋값 변동률’ 오름세

정보업체 부동산114는 17일 이번주(10~16일) 서울의 전세가격이 미미한 수준이지만 이전 주보다 0.01% 올랐다고 밝혔다. 이 회사의 올해 주간시세에서 서울지역 평균 전셋값 변동률이 오름세를 보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작년 10월부터 하락세나 약보합세를 나타냈던 것을 감안하면 11개월 만에 첫 상승세 반전이다. 닥터아파트도 이번주 영등포구(0.15%)를 중심으로 서울지역 전세가격이 0.03%, 수도권은 0.02% 상승했다고 집계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자치구별로 구로구(0.06%) 성동구(0.05%) 중랑구(0.04%) 노원구(0.02%) 등 도심 외곽지역을 중심으로 오름세가 고르게 나타났다.

서울 당산동 현대5차 아파트 전용면적 59㎡의 전셋값은 1000만~2000만원 오른 2억6000만~2억7000만원 선이다. 인근 현대공인 정재의 대표는 “한두 달 새 전셋값이 갑자기 올랐다"며 “보름간 전세 물건이 한 개도 없을 정도로 매물이 귀하다”고 말했다. 입주물량이 많아 다른 곳보다 가격이 저렴하던 지역도 시세가 오르고 있다. 금호동 믿음공인 관계자는 “중소형 아파트가 연초 대비 2000만~3000만원 올랐다”고 전했다.

송파구는 가락·장지동 일대 전세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가락시영아파트 5500가구가 재건축 공사 착공을 앞두고 지난 10일부터 본격 이주에 들어간 때문이다.

◆수도권 소형 오름세 확산

전셋값 상승의 진원지는 중·소형 아파트다. 3~4인 가구는 자녀 학교 문제 등으로 가급적 이사를 꺼리는 경향을 보이는 반면 예비 신혼부부나 젊은 직장인들은 중소형 전세물건을 찾고 있어서다. 반면 하반기 서울시내 소형 주택 공급은 부족하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오는 9~11월 집들이를 앞둔 서울 아파트는 7867가구로 작년 같은 기간(9728가구)보다 19.1% 감소했다.

불광동의 행운공인 관계자는 “중소형 평형 위주로 2년 전 대비 5000만~7000만원씩 올랐다”며 “기존 세입자들도 재계약을 많이 해 물량이 거의 없다”고 귀띔했다.

이남수 신한은행 부동산팀장은 “소형 아파트 전세가 더 오르면 이들이 외곽 택지지구나 경기도로 밀려나 지역 전셋값이 연쇄적으로 상승할 여지도 있다”고 말했다.

서울과 인접한 곳이나 대기업 공장, 산업단지가 가까운 평택(0.03%) 부천(0.02%) 등도 중소형 아파트를 중심으로 전셋값이 오름세를 보였다.

이현일/정소람/문혜정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