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서울 구간으로 녹조가 확산되면서 4년 만에 조류주의보가 발령된 지난 9일. ‘4대강 복원 범국민대책위원회’를 비롯한 환경단체들은 잇따라 “녹조는 4대강 사업 탓”이라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들 단체는 녹조가 폭염과 가뭄에서 비롯됐다는 정부의 해명을 반박하고, 4대강 사업에 따른 보(洑)가 녹조의 근본원인이라고 주장했다. 야당도 4대강 책임론을 펼치며 가세했다. 이런 주장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타고 급속히 확산됐다.

1주일 뒤 상황은 달라졌다. 지난 주말부터 폭염이 한풀 꺾이고 많은 비가 내리면서 녹조는 빠르게 감소했다. 서울시가 지난 13일 잠실수중보 상·하류 수질을 측정한 결과 클로로필-a와 남조류 세포수는 기준치 미만으로 검출됐다. 악취물질인 지오스민의 농도 역시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 팔당호와 낙동강 부근의 조류도 소강상태다. 이번주 내내 전국에 국지성 호우가 이어질 것으로 보여 녹조는 더욱 빠르게 사라질 것이라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이에 대해 환경단체들은 아직까지 특별한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이들의 주장대로 ‘녹조의 원인이 4대강 보 때문’이라면 1주일 새 녹조가 크게 감소한 이유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또 4대강 사업으로 보가 건설된 남한강엔 녹조를 찾아볼 수 없었던 반면, 보가 설치되지 않은 북한강에서 녹조가 기승을 부린 이유는 뭘까.

4대강 보가 강물 유속을 저하시켜 녹조를 키웠다는 지적도 있기는 하다. 정도의 차이가 문제인데 여러 원인 중의 하나로 작용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4대강 보와 녹조의 인과관계를 단정적으로 결론내기는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장기간 지속된 폭염과 가뭄이 녹조현상의 주원인이라는 지적이다.

4대강 사업은 오는 10월에야 완공 1주년이 된다. 아직까지 이 사업에 대해 평가를 내리긴 섣부르다는 지적이 많다. 4대강 사업으로 인한 부정적인 영향이 예상된다면 정부, 민간전문가, 시민단체들이 함께 객관적·과학적으로 검토하는 게 맞다.

기후변화로 인해 녹조는 앞으로 자주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정부에 대한 막연한 불신으로, 근거도 부족한 채 4대강 사업을 공격하고 ‘녹조 괴담’까지 퍼뜨리는 건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2008년 ‘광우병 괴담’이 불러왔던 국론 분열이 또다시 우려되는 이유다.

강경민 지식사회부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