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부동산시장에 혼저옵서예(어서오세요).’

제주도 부동산시장이 달아오르고 있다. 몇 년 전부터 아파트 가격이 꾸준히 오름세를 타더니 올 들어 제주시를 중심으로 3.3㎡당 1000만원을 돌파했다. 개발 호재와 중국인 투자 수요가 늘어난 것이 주된 이유로 꼽힌다.

◆집값 고공행진…3.3㎡당 1000만원 돌파

10일 제주도 일대 공인중개업소에 따르면 노형동과 연동 일대 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매매가격이 3.3㎡당 1000만원을 넘었다. 중흥 S-클래스, 대림 e편한세상, 현대 힐스테이트, 주공 뜨란채 등이 대표적이다. 일부 수도권 집값이 3.3㎡당 1000만원 이하로 떨어진 점을 감안하면 더 높은 수준이다.

김현옥 부국공인 대표는 “연동 노형동 아라동 등을 중심으로 기존 아파트 가격이 많이 상승했다”며 “신규 분양되는 아파트 중 브랜드 인지도가 높은 물건을 중심으로 프리미엄이 붙어 있다”고 말했다.

제주도 아파트 가격이 본격적인 급등세를 보이기 시작한 시기는 올해 초부터다. 대형건설사 아파트가 뛰어난 입지에 잇달아 분양되면서 가격이 치솟기 시작했다. 지난 4월 분양된 현대산업개발의 ‘제주 노형 2차 아이파크’는 당시 최고 경쟁률 36 대 1을 기록하며 1순위에서 마감됐다. 계약도 단숨에 마무리됐다.

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제주 지역에 수년간 브랜드 아파트 공급이 전무해 수요자들의 관심이 높았다”며 “입지적 장점과 물부엌(창고) 등 지역적 특색을 반영한 평면 구성 등으로 고객들의 관심을 사로잡았다”고 평가했다.

제주가 주목받는 이유는 잠시 머물다 가는 관광이나 휴양을 넘어서 ‘거주지’와 ‘투자처’ 성격이 강해지고 있어서다. 제주는 영어교육도시, 헬스케어타운, 휴양형 주거단지, 신화역사공원, 첨단기술단지 등의 대규모 프로젝트 개발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예컨대 영평동 일대 첨단과학기술단지에는 다음커뮤니케이션 등 50여개 기업이 내륙에서 옮겨 왔다. 약 9000명의 학생을 수용하는 국제학교 12개와 대학 캠퍼스, 영어교육센터 등이 들어서는 것도 장점으로 꼽히고 있다.

◆중국인 투자 가세도 원인

이 같은 장점은 중국인 투자자들까지도 유인하는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제주는 2010년 부동산 투자이민제도를 도입, 외국인(개인)이 50만달러(약 5억6000만원)를 투자하면 영주권 등 거주자격을 주고 있다. 지난 6월 말 기준 제주도에서 영주권을 받은 외국인 중 중국인만 99명에 이른다. 한문석 제주특별자치구 투자유치과 주무관은 “작년 하반기 52회였던 투자 상담 건수가 올 상반기에만 89회로 161% 급증했다”며 “이 중 90%가 중국인일 정도로 중국에서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인들은 관광지뿐 아니라 도심지와 국제학교 주변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연동 대림 e편한세상에는 중국총영사관이 사택으로 사용하기 위해 아파트 구매를 의뢰한 것으로 확인됐다. 홍연웅 제주부동산정보공인중개사 대표는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나 법인을 대상으로 여러 차례 매물 브리핑을 가졌다”고 전했다.

집값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현상에 대해 거품과 공급과잉을 우려하는 시각도 나온다. 진성효 드림랜드경제연구소장은 “아파트 원룸 오피스텔 등의 주거지는 공급 과잉 상태이기 때문에 내년 초 제주 전래의 이사철인 신구간을 지나봐야 향후 흐름을 알 수 있을 것”이라며 “다만 비즈니스호텔, 테마휴양시설, 서비스드레지던스 등은 투자 기회가 남아 있다”고 분석했다.

이정선/제주=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