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학교 가기 싫어요"…학교폭력에 목동 전셋값 '희비'
“요즘 학부모들이 전화로 B중학교에 갈 수 있는 동(棟)인지부터 물어봅니다. 작년에 A중학교에서 자살사건이 난 영향입니다. B중학교에 배정되는 단지나 동의 전셋값이 4000만원 이상 비싸졌습니다.”(서울 목동 F공인 대표)

명문 학군으로 유명한 서울 목동 아파트 단지에서 중학교 학군에 따라 전셋값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지난해 11월 이 동네 명문인 A중학교에서 ‘집단 따돌림(왕따)’에 따른 자살사건이 발생해 학부모들이 A중학교에 배정되는 단지나 동을 기피하고 있어서다.

당초 A와 B중학교는 특목고 진학률이 높아 명문 중학교의 양대 산맥으로 불렸다. 우열을 가리기 어려운 명문이어서 두 학교를 갈 수 있는 단지의 전셋값엔 차이가 거의 없었다.

그러나 최근 A중학교만 배정되는 C단지 공급면적 88㎡형의 전셋값은 B중학교에 배정되는 다른 단지에 비해 4000만원 정도 낮게 형성돼 있다. C단지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목동 단지 중에서 낙폭이 가장 크다”며 “입시 제도가 바뀌어 방학 특수가 사라진 데다 자살사건 악재까지 겹쳐 거래가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그 학교 가기 싫어요"…학교폭력에 목동 전셋값 '희비'
같은 단지 내에서도 어느 중학교에 배정되는 동이냐에 따라 전셋값이 4000만원까지 벌어졌다. A, B중학교에 동시에 배정되는 D단지에서 B중학교를 가게 되는 동의 89㎡ 전셋값은 2억7000만원 선인 반면 A중학교로 배정되는 동의 전셋값은 2억3000만~2억4000만원 선이다. 115㎡형도 A중학교 배정 동의 전셋값이 지난해 말 대비 3000만~4000만원 정도 떨어지면서 3억8000만원 선까지 내려왔다. D단지에 거주하는 초등학생 학부모 이모씨는 “A중학교도 특목고 배출 비율이 높고 전통적으로 인기 있는 학교라 크게 신경쓰지 않았는데 막상 아이가 크니 걱정”이라며 “돈을 조금 더 주더라도 B중학교를 갈 수 있는 동으로 옮기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해 A중학교에 재학 중이던 여학생 C양은 같은 학교 학생들에게 수차례 폭력을 당하는 등 괴롭힘을 당하다 같은해 11월 “나만 죽으면 끝이다”는 메모를 남기고 아파트 15층 옥상에서 투신 자살했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