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현 가구거리 곳곳 문닫아…권리금 '0원'에도 안팔려
8일 서울 북아현동 거리 곳곳엔 개점 휴업 상태인 상가 점포들이 눈에 띄었다. 불황을 덜 타던 인근 테마상권인 가구 거리와 웨딩숍 거리도 손님이 없긴 마찬가지였다. 이면도로에는 빈 점포가 길게 줄지어 있었다. 서울 서북부의 대표적 뉴타운인 아현3구역 공사장 옆 슈퍼마켓 상인 김모씨는 “2년 전 재개발을 위해 철거가 시작된 이후 이 지역 상가들의 매출이 반토막났다”고 말했다. 인근 L부동산 관계자는 “가뜩이나 경기 침체로 상가들이 어려운데 동네 주민들마저 빠져나가면서 상가 매물이 넘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대규모 재개발 지역 주변 상가들이 시름에 빠져 있다. 경기 침체에 주민 이주까지 겹치면서 개점 휴업 상태인 곳이 많다.

대표적인 곳이 아현뉴타운과 북아현뉴타운 주변지역이다. 뉴타운 조성으로 1만8500가구가 순차적으로 빠져나가는 아현동 일대 상가 권리금은 3년 전 고점에 비해 30~40% 하락했다. 인근 중개업소들에 따르면 3년 전 웃돈 1억원을 줘야 했던 아현역 인근 대로변 상가 권리금은 5000만원으로 떨어졌고, 권리금이 아예 사라진 상가도 속출하고 있다. K공인 관계자는 “3년 전에 비해 상가 매매가격이 평균 3000만~4000만원 떨어지고 권리금이 없어졌는데도 거래가 전혀 안 된다”고 말했다.

서울 왕십리뉴타운 인근도 비슷한 상황이다. 100%에 가까운 철거율을 보이고 있는 왕십리뉴타운 3구역을 비롯해 대부분 구역이 철거로 주민이 많이 빠져나가면서 상권이 위축되고 있다. 인근 T공인 관계자는 “청계천변에 늘어서 있는 공구 상가를 제외하면 나머지 상가들은 거의 문을 닫았다”며 “매수세 자체가 없어 시세를 가늠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뉴타운 입주가 2014년 이후에나 시작되는 만큼 당분간 상권 위축 상황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다만 중·장기 전망은 그리 나쁘지 않다고 부동산 전문가들은 전망한다. 북아현동 P공인 관계자는 “2014년부터 중산층 가구가 대거 새아파트에 입주하고, 아현동 고가 철거 등의 호재가 있어 상권이 활성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왕십리2구역 인근 W공인 관계자도 “교통이 편리해 입주가 시작되고 나면 상권이 바뀌고 매매값이 크게 뛸 것”이라고 말했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