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살 고교생이 잘못을 훈계하는 30대 어른을 때려 결국 숨지게 한 사건이 발생하면서 많은 국민이 험악해진 세태에 탄식과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 사건을 계기로 '피해를 당하지 않으려면 옳지 않은 일을 봐도 나서지 말아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커지고 요즘 세태를 비판하는 누리꾼들의 글도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일부에서는 가정과 학교의 교육ㆍ관리 기능에 한계가 있는 만큼 이제는 청소년의 일탈 행동에 대해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 '일벌백계'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10대 고교생, 훈계하는 30대 폭행치사

경기 수원서부경찰서는 길에 침을 뱉는 것을 보고 훈계하는 김모(39)씨를 때려 숨지게 한 혐의(상해치사)로 김모(16ㆍ고1)군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31일 밝혔다.

또 이들의 싸움을 말리다 김씨와 몸싸움을 벌인 행인 신모(20)씨를 폭행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 21일 오전 0시10분께 수원 권선구 서둔동의 한 편의점 앞에서 컵라면을 먹던 김군 일행 5명이 침을 뱉는 것을 보고 이들을 나무랐다.

김씨의 훈계에 화가 난 김군은 김씨를 발로 찼고, 김씨는 쓰러지면서 뒷머리를 땅바닥에 부딪혔다.

머리를 심하게 다친 김씨는 곧바로 병원으로 옮겨져 8시간에 걸쳐 수술을 받았으나 27일 오후 숨졌다.

김씨는 이날 아내, 아들과 함께 산책을 나왔다가 변을 당했다.

아내는 잠깐 자리를 비웠지만, 김씨의 아들(6)은 폭행 과정을 바로 옆에서 모두 목격했다.

경찰은 주변에 CCTV가 없어 범행 장면이 찍힌 영상을 확보하지 못해 사건 당사자와 목격자 진술에 의존해 수사를 벌였다.

그러나 김씨 유족들은 김군 일행도 폭행에 가담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정확한 사건 경위를 밝히기 위해 수사 범위를 확대하도록 경찰에게 요구하고 있다.

◇"나쁜 걸 봐도 지나쳐야 할 세상"

이번 사건이 언론에 알려지면서 언론사 홈페이지 등에는 비슷한 경험담과 함께 삭막한 요즘 세태를 꼬집는 글들이 잇따라 올라왔다.

아이디 aw84****는 이날 한 언론사 홈페이지에 올린 글을 통해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던 비슷한 경험을 소개했다.

"아파트 앞에 고교생들이 담배를 피우다 이를 훈계하는 어떤 할머니에게 버릇없이 굴어 몇 대 쥐어박았는데 경찰이 오니까 나만 불리해 지더라"라며 "어린 학생들이 버릇없이 굴면 정말 난감하다"고 말했다.

아이디 yhc1****는 "공원 벤치에서 바람쐬고 있는데 옆에서 아이들이 욕이 섞인 수다를 떨면서 줄담배를 피워 '다른 곳으로 가라'고 했더니 욕설과 휴지통이 날아왔다.

무법무개념시대 아니냐"고 꼬집었다.

mylo****를 아이디로 쓰는 한 누리꾼도 "이제 나쁜 걸 봐도 지나쳐야 하는 세상이 돼버렸다"고 자조 섞인 글을 올렸다.

경기도교원단체총연합회 최재웅 교권부장은 "요즘에는 일부 학생이 학생인권조례를 방패로 교사의 지도나 훈계를 문제 삼는다"며 "특히 중2~3학년 학생들은 반항이 심해 이 시기에 인성교육은 엄두도 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사회적 합의 통해 처벌 강화해야"

경찰대 범죄심리학과 박지선 교수는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까지 하고 더욱이 6살짜리 어린 아들이 보고 있는데도 개의치 않고 폭력을 휘두른 이번 사건은 요즘 청소년들의 충동적이고 폭력적인 면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같은 사건으로 인해)'불의를 봐도 가만있어야 한다'는 자조 섞인 말이 많이 나온다"며 "이런 사회적 분위기가 더 위험하다"고 강조했다.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이수정 교수도 "이번 사건이 청소년들의 교육 및 관리, 통제가 학교 밖에서는 더욱 안 되고 있다는 현실을 반영한 것이라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가정과 학교의 교육기능에 기대하기보다 이제는 사회적 합의를 통해 청소년 범죄도 엄중하게 책임을 묻는 차원에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원연합뉴스) 이우성 이영주 기자 gaonnuri@yna.co.kryoung86@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