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 꺾인 강남 재건축, 3000만원선 '흔들'
2년 전 전세를 끼고 서울 가락시영아파트 전용 50㎡형을 매입한 김모씨는 요즘 자신도 ‘하우스 푸어’로 내몰릴지 모른다는 불안에 휩싸여 있다. 김씨는 당시 은행빚 2억2000만원과 전세금(8000만원)을 합쳐 6억2000만원에 집을 구입했다. 지금은 5억4000만원으로 떨어졌다. 잠실에서 경기도 남양주로 집을 옮기면서 마련한 종잣돈으로 투자한 물건이어서 초조함이 더하다. 이쯤 해서 급매로라도 매각할지를 두고 판단이 안 선다.

서울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 값이 브레이크 없는 추락세다. 강남권 재건축 예정 아파트 가격의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여겨지는 3.3㎡당 3000만원 선 붕괴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이 가격은 활황기였던 2006년 4월에 형성됐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시작됐던 2008년 말 2900만원대로 급락한 이후 두 번째 붕괴에 직면했다.

2008년 말 이후 최저가격

날개 꺾인 강남 재건축, 3000만원선 '흔들'
26일 부동산 정보업체 닥터아파트에 따르면 서울 강남·서초·송파·강동구 등 강남권 재건축 예정 아파트 매매가는 이달 말 현재 3.3㎡당 평균 3017만원으로 조사됐다. 이는 2008년 말 글로벌 금융위기 시작 무렵 이후 가장 낮은 가격이다.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 3.3㎡당 시세는 이때를 제외하고는 2006년 이후 줄곧 3000만원대가 유지됐다. 2007년 1월 3590만원을 찍은 뒤, 강세를 이어가다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8년 12월 2902만원으로 떨어졌다. 한강변 초고층 개발, 투기과열지구 해제 등 규제완화 호재로 다시 상승해 2010년 2월엔 역대 최고가인 3599만원까지 뛰었다.

은마 등 대형 단지는 이미 2000만원대

최근 2년6개월 정도에 걸친 강남 재건축 아파트 가격 속락으로 개별 아파트들의 경우 대부분 30% 정도 빠졌다.

투자자들의 손바뀜이 상대적으로 많은 개포주공1단지 전용 59㎡형의 경우 2006년부터 2009년까지는 가격이 지속적으로 올랐다. 하지만 2009년 7월 말 3.3㎡당 8611만원으로 최고점을 찍은 뒤, 작년 7417만원, 올해 6083만원(모두 7월 말 기준)으로 내리막을 걸었다. 가구당 2010년 7월 15억6500만원에서 현재 10억9500만원으로 10억원 선도 흔들리고 있다.

대치은마아파트와 잠실주공5단지는 이미 3000만원 선이 무너졌다. 대치은마 112㎡형은 현재 3.3㎡당 2779만원, 잠실주공5단지 113㎡형은 2647만원으로 약세다.

3000만원대 붕괴 불가피

부동산정보업계와 전문가들은 국내외 경제여건을 감안할 때 강남권 재건축 예정 단지들의 ‘3000만원대 붕괴’는 시간문제라고 진단했다. 이영호 닥터아파트 리서치연구소장은 “3.3㎡당 평균 3000만원대는 지난 6년간 유효했던 강남 재건축 아파트의 심리적 마지노선이었지만, 경기불황과 맞물린 부동산시장 침체가 장기국면에 접어든 만큼 ‘3000만원대 붕괴’는 불가피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장도 “3분기 이후 국내 기업실적, 재건축 가능연한 규제 완화, 리모델링 수직증축 허용 여부 등 실물과 정책적 변수들이 일부 있지만, 경기불황의 대형 악재를 이겨내기에는 역부족”이라며 “재건축 예정 아파트들의 가격 약세는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장규호/이현일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