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연기자노조, 출연료 체불에 KBS 사장 고소
생활고에 자살까지.."연기자노조 75% 연봉 1천만원 미만"


1회 출연료 1억원 vs. 3년 이내 출연작 전무.
빈익빈부익부 문제가 갈수록 심화하고 있는 가운데 화려할 것만 같은 연예계에서도 부의 양극화와 편중 현상이 나날이 심각해지고 있다.

종편채널 출범 등으로 회당 출연료 수천만 원에서 1억 원까지 받는 연기자가 나오기도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극소수.
그 반대쪽에서는 일거리가 없어 생계를 위협받은 연기자가 있다.

그리고 이는 연기자 대다수를 차지한다.

이런 상황 속에서 생활고를 비관해 자살하거나 우울증에 시달리고 사기사건이나 절도 등 범죄에 연루되는 연예인들의 소식도 속속 전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연예인의 경우 남들의 이목을 의식해 부업이나 아르바이트를 하기도 어려워 생계가 힘들어져도 일반인보다 경제활동에 제약이 많다고 지적한다.

◇방송연기자노조, 출연료 체불에 KBS 사장 고소 극약처방 = 한국방송연기자노동조합(이하 한연노)은 출연료 체불과 편성시간 준수 위반 등을 이유로 KBS 김인규 사장을 서울남부지방노동청에 고소했다고 지난 25일 밝혔다.

방송사와의 관계에서 전통적으로 '절대 을'의 입장이던 연기자노조가 방송사의 수장을 고소하는 극약처방까지 한 데는 그만큼 많은 연기자의 절박한 생계 문제가 걸렸기 때문이다.

한연노는 '그들이 사는 세상' '도망자' '프레지던트' '정글피쉬' 등 최근 몇 년간 KBS를 통해 방송된 드라마에서 발생한 출연료 체불액이 약 11억 2천만 에 이른다고 밝혔다.

한연노의 김준모 사무총장은 "벼랑 끝에 몰린 심정으로 고소했다"며 "출연료를 못 받은 연기자 중에는 스타급도 있지만 대다수는 생계형 연기자다.

이 중에는 세 작품 연속 출연료가 체불된 사람도 있다.

살아갈 수가 없는 것이다"고 전했다.

이어 "방송사는 그간 이 문제가 드라마를 제작한 외주제작사의 책임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관행적 형태만 외주제작일뿐 KBS 인력들이 제작에 관여했고 KBS가 이를 관리감독한다는 점에서 원청사로서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KBS로서는 이미 외주제작사에 제작비를 지급했기 때문에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해당 외주제작사에 해결 촉구를 독려하며 원만한 마무리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원칙론'을 펼쳤다.

◇"연기자 80% 3년 내 출연작 없어..75%는 연봉 1천만원 미만" = 한연노에는 탤런트, 코미디언, 성우, 무술연기자 등 대중예술인이 5천명 가량 소속돼 있다.

그런데 이들 중 태반이 '저소득층' 혹은 '빈곤층'이라고 한연노는 말한다.

한연노의 김 사무총장은 "예전에는 우리 스스로 근로자라는 사실을 부정하고 예술인이라는 자부심으로 살아온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우리는 근로자가 맞다"라며 "우리에게도 생계는 더는 물러설 수 없는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 노조원의 80%가 최근 3년 내 출연작이 없고 75%가 연봉 1천만원 미만"이라며 "고액 출연료로 거론되는 스타급들은 전체 연기자의 0.1%도 안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퇴직금도, 연금도 없고 4대 보험도 적용되지 않는다.

야외 출연료로 받는 돈은 고유가시대 기름값도 안된다"며 "한류를 외치지만 대다수 연기자들이 한류의 과실과는 상관없이 소모품 취급을 받으며 어렵게 살아간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가수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2010년 11월 1인 밴드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의 이진원이 생활고에 시달리다 세상을 뜬 사건은 인디밴드들의 열악한 경제환경을 고발했다.

그런데 인디밴드만의 문제가 아니다.

KBS 2TV 주말극 '넝쿨째 굴러온 당신'에서 김원준이 연기하는 '왕년의 인기가수' 윤빈의 옥탑방 신세는 다분히 현실적이다.

K팝의 주역인 아이돌스타들 역시 가수로서의 수명이 짧아 미래를 걱정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현역 시절에도 그룹활동을 할 경우는 수입이 N분의 1로 나뉘는 등 화려한 무대 뒤에서는 '냉정한 현실'을 고민해야 한다.

가수들이 기회가 되면 연기자로 전업하거나 연기를 병행하려고 하는 것도 그런 고민의 반영이다.

◇범죄에 우울증, 자살까지 = 한때 화려한 전성기를 보냈지만 말년에 행려병자로 전락하거나 생활보호대상자가 된 연예인의 사연을 우리는 심심치 않게 보아왔다.

최근 몇 년 사이 발생한 개그맨 곽한구의 외제차 절도사건, 미스코리아 출신 최윤영의 금품 절도사건, 그룹 젝스키스 출신 강성훈과 NRG 출신 이성진의 사기사건 등도 생활고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여기에 많은 '무명'의 연예인들이 우울증에 시달리다 결국 자살을 택하는 사례도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있다.

최근에는 뮤지컬계 스타 출신으로 영화와 드라마에서도 활발히 활동하는 김무열과 조정석이 생계유지 곤란을 이유로 병역이 면제된 사실이 드러나 놀라움을 안겨주기도 했다.

MBC 드라마 '동이'에 단역으로 출연했지만 '티벳 궁녀'라는 별명을 얻어 반짝 주목받았던 연기자 최나경은 유명세를 얻은 후 오히려 생활고에 시달렸다고 고백했다.

그는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보조출연 당시 수입이 지금보다 좋았다.

유명세를 탄 후 오히려 일자리를 구할 수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특히 면접을 보러 가면 "연예인이 왜 왔어? 안 돼"라는 말을 듣고는 했다며 "하숙집에서 밥과 김치만으로 몇 달을 버티는 동안 빚이 몇백만 원이었다"고 밝혔다.

연예인이라면 으레 돈이 많을 것이라는 생각은 말 그대로 '환상'일 뿐이다.

◇'스타' 꿈꾸지만 현실은 냉정 = 국세청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배우·가수·모델 등 연예계 종사자가 2010년 17만 명을 넘어서며 전년대비 40%나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연예인의 평균 수입은 직장인에 뒤진 것으로 조사됐다.

스타를 꿈꾸며 연예계를 노크하지만 현실은 냉정한 것이다.

국세청이 지난해 2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09년 연예인을 직업으로 삼은 2만 1천817명이 한 해 동안 1인당 평균 2천499만 원의 수입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08년에 비해 12.3%나 줄어든 것이다.

반면 2009년 직장인(1천429만5천명)의 평균 연봉은 2천530만 원으로 집계됐다.

그런데 연예인은 개인사업자로 분류돼 있어 이 통계엔 연소득이 1천만 원 미만인 연예인은 포함돼 있지 않다.

즉 국세청의 통계에는 한연노의 주장처럼 대다수를 차지하는 '빈곤층' 연예인은 빠져 있어 연예인의 평균수입으로 잡힌 2천499만 원도 일부 연예인에게만 해당한다는 것이다.

심엔터테인먼트의 심정운 대표는 "유명 연예인일 경우도 빛 좋은 개살구일 경우가 많다"라며 "극소수 특급 스타를 제외하고는 연예인도 모두 생활인이기 때문에 늘 생계유지가 중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그렇기 때문에 스타라는 환상만 좇아 연예계에 들어오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prett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