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은 대기업 총수 일가의 사익편취를 위해 계열사에 일감 몰아주기를 하면 총수의 계열사 보유 주식을 강제 처분토록 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법안엔 일감 몰아주기를 막기 위해 총수 일가의 내부거래용 계열사 신설을 금지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경제민주화실천모임 소속 이종훈 새누리당 의원은 25일 이런 내용을 담은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같은 당 의원 24명이 서명했으며 경제민주화실천모임의 경제민주화 2호 법안이다. 대기업 총수의 배임·횡령에 대해 집행유예를 금지하는 1호 법안을 발의한 지 열흘 만이다.

◆내부 거래 계열사 신규 편입 금지

개정안은 총수 일가가 설립한 회사에 계열사들이 일감을 몰아주는 부당행위를 차단하기 위해 총수가 있는 63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대해 내부 거래 목적의 계열사를 새로 편입시킬 수 없도록 했다. 현재는 이에 대한 사전 규제는 없고 공정거래위원회에 계열사 편입신고만 하면 되는데 앞으로는 내부 거래용으로 의심받는 회사는 아예 계열사 편입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 의원은 “총수가 기업집단 전체에 지배권을 행사하는 현재의 구조에선 총수 일가의 회사가 설립되면 계열사 지원은 일어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배주주 또는 경영자의 사익편취를 위한 지원행위와 관련한 조항(제11조의6)도 신설했다. 지금은 일감 몰아주기 등 부당 지원을 한 회사에 대해서만 과징금을 부과했으나 법이 통과되면 수혜기업도 위반행위로 얻는 경제적 이익을 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과징금을 내야 한다.

이 의원은 “공정위와 협의를 통해 반드시 입법 취지를 모두 담아 관철시킬 것”이라며 “대선(12월) 전까지 법안을 통과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공정위 ‘신중’…재계 ‘반발’

공정위는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공정위 고위 관계자는 “법안을 좀 더 검토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공정위 내부에선 무리한 법적용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익을 준 회사뿐만 아니라 받은 회사와 주주까지 처벌하자는 것인데 누가 보더라도 무리한 법조항”이라고 주장했다.

재계는 “국가의 권력남용이며 헌법에 보장된 사유재산권을 부정하는 반시장적 내용”이라고 반발했다. 재계 관계자는 “대기업이 계열사를 설립하거나 편입할 때 사익추구 목적인지 아닌지를 판단하기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주력 분야인 전자산업만 해도 치열한 글로벌 경쟁을 거치며 핵심 상품이 컴퓨터에서 스마트폰 등으로 빠르게 이동해왔다”며 “산업이 융복합화하는 추세인데 대기업의 계열사 신규 편입을 금지하면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법을 어기면 과징금을 물리든지 행정제재를 하면 될 일”이라며 “시정조치 외에 계열사 지분 강제매각 조치 등을 취하는 것은 이중 처벌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김재후/이건호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