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이 유럽의 '시한폭탄'으로 급부상하면서 코스피지수의 추가 하락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의견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25일 코스피지수는 장중 1758.99포인트까지 떨어져 이전 연저점(장중 기준)이자 주요 지지선으로 여겨졌던 1773포인트를 크게 밑돌았다. 스페인 10년물 국채금리가 사상 최고치인 7.62%까지 올라 구제금융 신청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증시전문가들은 "스페인의 재정 여력으로는 7% 이상의 고금리를 감당할 수 없다"며 "유럽중앙은행(ECB)이 스페인 국채 매입 등 조치를 취하지 않는 이상 구제 금융 신청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다만 실제 구제 금융 신청 가능성, 이에 따른 증시 충격 등 개별 시나리오에 대해서는 다소 의견이 엇갈렸다.

송창성 한양증권 연구원은 "스페인은 7% 중반대의 금리를 2~3개월 이상 감당할 능력이 없다"며 "ECB가 국채 매입을 재개하거나 3차 장기대출프로그램(LTRO)을 내놓지 않는다면 구제금융을 신청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그러나 ECB와 스페인이 대치 중에 있어 유럽발 재정 위기가 앞으로 1~2주간 증시를 압박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송 연구원은 "ECB는 자구 노력을 먼저 요구하는 등 스페인을 최대한 압박하는 모습이고, 스페인은 스페인대로 버티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만약 스페인이 구제금융을 받게 된다면 가혹한 재정 건전화 프로그램에 들어가는 동시에 정권이 바뀔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그리스 사태가 재연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형렬 교보증권 연구원도 "스페인의 국채 금리가 사상 최고치까지 올랐다는 것은 앞으로 어디까지 올라갈지 가늠할 수 없다는 뜻"이라며 "증시 추세를 돌릴만한 요인도 부족해 추가 하락 가능성이 많이 열려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스페인이 구제금융을 신청할 경우 그 영향이 워낙 어마어마하기 때문에 구제금융 신청 이전에 국제 공조 정책이 나올 수 있다"고 기대했다. 스페인이 구제금융에 들어가면 스페인 국채를 보유하고 있는 독일, 프랑스의 신용등급도 위험해진다는 분석이다. 스페인의 재정 위기가 유럽 전체로 전이될 경우 중국 경제 성장률도 낮아질 수 있다. 중국 수출 중 약 20%가 유럽 대상이기 때문이다.

김 연구원은 "비관적인 시나리오를 세우기 시작하면 끝이 없다"며 "스페인의 구제금융 가능성이 높아지긴 했지만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의 자금 이탈이 심하지 않은 만큼 시장에서 최악으로 치닫지는 않을 것이라는 믿음은 남아있다"고 말했다.

오승훈 대신증권 연구원은 스페인이 구제금융을 신청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그러나 그리스, 아일랜드와 달리 스페인이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의 예비적 프로그램의 PCCL(예비적 신용공여)를 선택할 경우 증시 충격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PCCL은 국내총생산(GDP)의 2~10%의 크레딧라인(신용한도)을 부여받아 필요할 때만 자금을 대출받는 형태"라며 "스페인은 수급 불안으로 국채금리가 상승해 일시적으로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긴축이 전제되는 전면적인 구제금융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오 연구원은 "스페인의 국채 상환 일정을 고려할 때 다음달 중에는 결론이 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경닷컴 정인지 기자 inj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