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쏟아지는 급매물, 여유있게 쇼핑"…불황이 즐거운 사람들
부동산 경기침체 장기화로 가격이 급락한 아파트들을 주워 담는 ‘이삭줍기’ 투자가 강남지역 중대형 아파트와 한강변, 판교신도시 아파트를 중심으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싼 물건 사두면 돈 된다’는 외환위기 때 학습효과와 블루칩 아파트만 비싸지는 주택시장 양극화를 겨냥한 투자가 저가 매물 쇼핑을 자극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국토해양부 통계에 따르면 서울지역 전용 85㎡ 초과 중대형아파트 거래량은 지난 1월 654건에 불과했으나 이후 747건(2월), 957건(3월), 1029건(4월)으로 계속 늘어났다. 5월에는 876건으로 줄었지만 이는 봄 이사철 수요가 마무리되는 계절적 요인 때문으로 풀이된다.

같은 기간 중소형아파트 거래가 1월 9851건에서 5월 9322건으로 되레 감소한 것을 감안하면 이례적 증가세라 볼 수 있다.

중대형아파트 거래 증가는 서울 강남권에 집중됐다. 서울 전체 중대형 거래량 중 강남·서초·송파구 등 강남3구가 차지한 비중은 올 들어 매월 25~30%를 차지했다. 중대형아파트 3~4가구 중 1가구는 강남3구에서 거래가 이뤄진 셈이다.

불황을 즐기는(?) 이들 투자자는 입지가 좋고 향후 경기호전 시 잠재가치가 큰 부동산을 선호한다고 전문가들은 전했다. 가격이 크게 떨어진 중대형 주택도 몇 년 후에는 오히려 희소가치가 부각될 것이란 믿음이 이들 투자를 견인하고 있다.

불황이 ‘남의 일’이라는 듯 집값이 강세를 이어가는 지역도 있다. 한강변의 전망 좋은 아파트나 신흥 부촌으로 떠오른 판교신도시가 그 예다.

국민은행 부동산시세에 따르면 2007년 입주한 ‘서울숲 푸르지오 1차’ 전용 59㎡는 2010년 4억5000만원이던 매매가가 최근 2000만원가량 높은 선에서 형성됐다. 작년 7월 준공한 동판교 백현마을1단지 ‘푸르지오 그랑블’ 전용 117㎡ 매매가는 12억3000만원 선으로 분양가(6억8614만원)와 비교하면 5억원 이상 오른 가격이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