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공시이율' 조사 이어 공정위-금융당국 간 미묘한 기류

대출금리의 지표로 쓰이는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가 조작됐을 수 있다는 의혹에 금융당국은 의구심을 드러냈다.

오래전부터 제기된 CD 금리의 문제점에는 충분히 공감하며 개선책도 찾고 있지만, 은행과 증권사들이 짜고 금리를 조작했을 가능성은 작다고 보는 분위기다.

금감원은 일단 공정거래위원회가 먼저 조사에 착수한 만큼 직설적인 언급은 피했다.

주재성 금감원 부원장은 18일 CD 금리 조작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공정위에서 파악 중이고 우리는 별도로 조사하지 않아서 지금으로선 말할 게 없다"고 답했다.

그는 "공정위는 짬짜미 여부에 주목한 것이고, 우리는 제도 측면에서 대체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이번 조사의 성패를 두고 구체적인 논평은 하지 않았다.

그러나 당국 내부에선 영국에서 `리보금리 조작사태'가 터졌다고 이를 우리나라 CD 금리에 단순 대입해 조작됐다고 몰고 가는 건 무리라는 견해가 많다.

김건섭 금감원 부원장은 "(CD) 거래가 안 되는데, 증권사가 아무리 전문가라도 (CD 금리를) 창조할 순 없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거래가 안 되는 탓에 금리가 좀처럼 움직이지 않고, 따라서 CD 금리 고시에 참여하는 10개 증권사가 비슷한 금리를 적어낼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그는 "모든 증권사가 일사불란하게 똑같은 CD 금리를 낸 것도 아니다"며 증권사 간 짬짜미 가능성에 별로 무게를 두지 않았다.

CD 금리가 조작되면 은행들이 실제로 이득을 챙기지만, 섣불리 누명을 씌워선 안 된다는 견해도 보였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은행들이 CD 금리를 높게 써내도록 10개 증권사를 압박했다는 추측은 할 수 있다"면서도 "과연 가능한 일인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배경에는 공정위가 금융회사를 조사한 데 대한 불만도 작용했다는 관측이 있다.

공정위는 지난해 보험사들의 공시이율 짬짜미 의혹을 파헤쳐 발표했다.

올해 4월에는 공정위의 지원 아래 금융소비자연맹이 변액보험의 수익률 문제를 제기했다.

CD 금리와 마찬가지로 대다수 국민의 이해관계가 얽힌 사안이라 공정위에 `선수'를 빼앗길 때마다 금감원은 이를 매우 뼈아프게 여겼다는 후문이다.

금융당국에선 전문가 집단인 금융위나 금감원을 제쳐놓고 공정위가 밀어붙이기 식으로 조사를 벌여 시장이 혼란을 겪었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CD 금리의 경우 여러 기술적인 문제로 금융위와 금감원이 대체지표 개발에 애를 먹는 사이 공정위의 `기습'을 받은 형국이어서 더욱 당혹스럽다는 반응이다.

금융권에 칼을 들이댄 공정위로서도 어떻게든 성과를 내려 할 것이고, 결국 그동안 금융당국이 손을 놓고 있었다는 비난을 한몸에 받을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서울연합뉴스) 홍정규 고은지 기자 zheng@yna.co.kre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