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인 캐피탈 경력 놓고 2라운드 논쟁 재점화

4개월을 남겨둔 미국 대선에서 과거 검증을 둘러싼 공방이 갈수록 격화되고 있다.

공화당 대선후보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의 과거 사모펀드 최고경영자 경력을 둘러싼 양측의 비판과 반박의 수위가 갈수록 높아지다, 급기야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롬니 전 주지사가 직접 싸움에 가세했다.

계기는 롬니가 1999년 사모 펀드 베인캐피탈을 떠났다는 당초 주장과 달리 미 증권거래위원회(SEC) 보고서 상으로 2002년까지 등기임원으로 등재돼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는 한 언론의 보도 때문이었다.

이 보도는 오바마측으로서는 롬니 공격의 호재였다.

그동안 오바마 진영은 롬니가 소유했던 베인 캐피탈이 1993년 캔자스시티 소재 GST 철강사를 사들여 2001년 파산에 이르게 하는 과정을 부각시키면서, "롬니의 인수·합병 경영 패턴은 노동자와 공동체를 희생시켜 자신과 투자자들의 이익을 도모하는 '먹튀 전략'"이라고 그동안 집중 공격해왔다.

당시 이 철강사의 매각으로 750명의 노동자가 일자리를 잃었다.

롬니는 그러나 이에 대해 자신은 1999년 베인 캐피탈을 떠났고, 이 철강사의 매각이 이뤄졌던 때는 베인 캐피탈과 관련이 없다고 해명하며 파문 수습에 주력해왔었다.

그런데 이 언론 보도로 롬니가 베인 캐피탈을 떠났다는 '1999∼2002년'에 이 회사의 등기 임원으로 기록돼 있다는 사실은 롬니를 난처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오바마 대통령은 롬니를 몰아붙이는데 직접 나섰다.

그는 13일(현지시간) ABC 방송 인터뷰에서 "증권거래위 기록으로 롬니는 (철강사 매각) 당시 베인캐피탈의 CEO이고 대표이고 회장이었다.

그렇다면 그 회사가 한 일에 책임이 있다는 것은 상식"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롬니는 이 질문에 대해 직접 답을 해야 한다"며 "그가 대통령이 되기 위해서 먼저 알아야 하는 것은 자기가 한일에 대해서는 책임을 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롬니는 오바마 인터뷰가 끝난 후 수시간 후 CNN, 폭스뉴스 등 3개 방송에 차례대로 출연해 오바마 대통령을 직접 거론하며 '네거티브 공격에 대해 직접 사과하라'는 방식으로 맞불을 놓았다.

롬니는 우선 오바마 진영의 공격을 "진실을 호도하는 날조된 공격"이라고 반박하면서 "오바마가 지지다들의 잘못된 캠페인을 당장 멈추게 해야 할 것이며, 그러한 행동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롬니는 "거듭 밝히지만 1999년 2월 이후 베인 캐피탈의 일상적인 경영에 일절 관여한 적이 없고, 역할을 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베인 캐피탈을 떠난 후 솔트레이크 동계올림픽 위원장직에 전념했다고 강조했다.

증권거래위 기록에 대해서는 당시 2002년 올림픽이 끝난 후에야 서류상으로 정리하는 작업이 이뤄졌을 뿐, 베인 캐피탈과의 관계는 1999년 초에 사실상 정리됐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최대 이슈가 경제인 이번 대선에서 롬니는 과거 베인 캐피탈 CEO로서의 경영자 경력을 '경제 대통령' 이미지를 부각시키는 핵심 소재로 삼아왔었다.

하지만 오바마 진영은 오히려 롬니의 이 경력을 "일자리를 잃게 만든 악덕 기업인수합병 전문가"로 덧칠을 하면서 그의 아킬레스건으로 바꿔놓으려 전력을 쏟아붓고 있다.

오바마와 롬니가 직접 상대방을 거명하며 공방에 직접 나선 것은 이번 싸움에 여론의 향배애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오바마 진영은 지난주부터 플로리다, 오하이오 등 '스윙 스테이트' 지역에서 롬니를 일자리를 해외로 보내고 자신만 배불리는 기업매수자로서 묘사하는 TV 광고를 대대적으로 개시했다.

이에 롬니는 이를 '네거티브 광고'라고 주장하며 파문 진화에 부심하고 있지만, 오바마는 "당연한 검증 절차"라고 맞서며 공격의 고삐를 늦추지 않는 양상이다.

(워싱턴연합뉴스) 성기홍 특파원 sg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