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방제(吳邦杰) 상하이카이완투자공사 회장(75)은 우방궈(吳邦國)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의 친형이다. 그는 아·태건강협회 부이사장과 홍콩삼구집단유한공사 부회장, 국영 가스회사인 중국연기(中國燃氣) 집행이사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우방궈의 형’이란 핏줄, 우방제란 이름 석자는 상하이 경제계에서 모든 장애물을 넘을 수 있는 막강한 무기다.

중국에서 정치 지도자들의 친인척에게 막대한 부가 집중되면서 중국판 ‘형님경제’의 부작용이 부각되고 있다. 부모와 친인척의 후광과 폭넓은 인맥에 힘입어 당정과 기업의 요직에 진출한 국가지도자 자제들이 알짜배기 사업에 손을 대 큰 이익을 챙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윗물’부터 확실히 챙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0일 “중국 경제가 소수 정치 엘리트 가문에게 이득을 주는 구도로 굳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 공산당 지도자들과 친인척들이 ‘정실 경제’ 체제를 갖추고 있다는 지적이다.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의 아들 후하이펑은 공항세관과 지하철역 등에 설치하는 엑스레이 검사 장비 공급업체 누크테크의 대표(CEO)를 지냈다. 재임 기간 중국 내에서 관련 시장을 독식하다시피 했다. 아프리카 나미비아 공항에 5600만달러 규모 제품을 납품하다 부패 혐의로 국제적 망신을 사기도 했다. 후 주석의 딸인 후하이칭은 2003년 당시 재산이 3500만~6000만달러로 추정됐고 나스닥 상장사인 시나닷컴 CEO를 지낸 대니얼 마오와 결혼했다.

원자바오(溫家寶) 총리 부인 장페이리는 중국 보석산업협회 부회장을 맡으며 보석시장을 좌우하고 있다. 아들 원윈쑹은 조세피난처로 유명한 케이맨군도에 사모펀드를 만들어 자금을 운용하면서 거액을 벌었다. 뉴캐피털호라이즌이라는 이 회사는 2005년 도이체방크, JP모건, UBS 등 굴지의 금융사들을 끌어들이며 25억달러의 자금을 조성했다.

한 유명 사모펀드매니저는 “태자(太子) 중의 태자라고 불리는 원 총리 아들이 금융거래 입찰에 참여했다는 소식을 접하면 모두들 알아서 경쟁을 포기했다”고 말했다.

차기 지도자 시진핑(習近平) 부주석의 누나인 치차오차오 일가는 대형 부동산 6곳과 총 자산이 4억달러에 이르는 회사를 보유하고 있다. 매형인 우룽은 통신장비 업체를 운영하면서 국영 차이나모바일과 대규모 계약을 맺었다.

리창춘 상무위원의 딸 리퉁은 미디어산업 투자에 주력하는 홍콩 중은국제은행 총재로 재임 중이다. 장쩌민 전 주석, 리펑 전 총리, 주룽지 전 총리의 자식들도 각종 기업의 장을 맡고 있다.

최근 실각한 보시라이 전 충칭시 서기의 경우 일가가 상장사 지분 1억달러어치 이상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FT는 각종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발달로 중국 사회에서 권력층의 막대한 치부를 더 이상 감출 수 없는 상황이 됐다고 보도했다.

◆구조화된 부패

중국 언론인 양지성은 “당신의 아버지가 성의 서기라고 말하는 순간 당신의 말이 정부 정책이 되고, 수십억위안의 이권이 걸린 거래가 체결된다”고 말했다. 정치권력과 경제활동, 사법제도가 분리돼 있지 않은 중국 사회의 이면을 꼬집은 것이다.

그나마 1990년대까지만 해도 고위 지도자들은 자제들이 부를 쌓을 때 절제하도록 했지만 지금은 아무런 제재도 받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중국 공산당은 2006년 이후 고위 당원의 재산 공개를 추진했지만 “시기가 무르익지 않았다”는 이유로 공개를 미뤄왔다.

중국에 진출한 다국적 기업들도 중국에서 사업 기회를 얻기 위해 유명 가문 자제들을 앞다퉈 채용하고 있다. 이들 고위직 가문 자제들은 거액의 컨설팅 수수료를 두바이 등지에서 수령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