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포ㆍ잠원동 半전세 느는 까닭은?
서울 반포·잠원동 일대 아파트가 다른 지역에 비해 반(半)전세나 월세시장이 강세여서 주목받고 있다. 시중은행들이 적극적으로 전세금 대출에 나서면서, 지난해 하반기부터 수도권 아파트의 전세 비중이 다시 높아지고 있는 상황과는 다른 양상을 띠고 있어서다.

8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 시스템에 따르면 올 상반기 잠원동은 전체 전·월세 계약 751건 중 148건(19.7%)이 월세 반전세 계약인 것으로 나타났다. 인접한 반포동 역시 월세 반전세 비율이 22.3%로 높았다. 이는 반포·잠원동과 마찬가지로 아파트가 밀집해 있고 교육여건이 좋은 대치동과 목동의 반전세 월세 비중이 각각 13.4%, 11.9%인 것에 비해 두 배가량 높은 수치다.

잠원동·반포는 강남의 오피스 밀집 지역과 가깝고 학군이 좋은데도 오래된 중소형아파트가 많아 대치동, 압구정동 등에 비해 집값이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전세 수요자들이 선호하는 이유다.

부동산업계는 특히 서초구와 강남구 등 인근 지역 아파트 재건축이 활발해 이주수요가 반포·잠원동 쪽으로 몰리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전세 수요가 갑자기 많아지면서 칼자루를 쥔 집주인들이 월세를 달라고 요구하는 것을 세입자들이 거부하기 어려운 분위기다. 김영웅 반석공인 대표는 “1980년대 아파트를 분양받은 집 주인들이 대부분 60~70대 은퇴자들”이라며 “이들은 집을 몇 달간 비우는 한이 있더라도 월세로 들어올 세입자를 찾아달라고 한다”고 말했다.

서초·강남의 재건축 단지들의 이주가 시작되면 반전세 월세 계약이 더 늘어날 전망이다. 당장 오는 10월에는 잠원동 대림아파트(637가구) 이주가 예정돼 있다. 인근 신반포(한신)1차 아파트(790가구)도 이주 계획을 세웠다. 서초 한양과 서초 삼호가든3차도 최근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에서 용적률 상향안이 통과되는 등 재건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