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을 빼놓고 우리네 삶을 얘기할 수 없다. 예전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첨단기술이 우리 삶의 모습을 통째로 바꿔놓고 있다. 사람들은 하루가 다르게 쏟아져 나오는 기술로부터 많은 혜택을 받지만, 기술에 끌려다니며 생활을 잠식당하기도 한다. 점점 복잡해지는 디지털 세상을 장악해가는 기술과 어떤 관계를 만들어 가야 할까.

SK텔레콤의 광고는 기술이 범람하는 시대 흐름 속에서 ‘기술과 사람의 공존’을 강조한다. 이는 ‘사람에서 기술로 다시 사람으로-가능성의 릴레이’라는 광고캠페인의 키카피로 나타난다. 이는 사람이 만든 기술의 가능성이 다시 사람을 통해 더 크고 새로운 가능성으로 발전하며, 이렇게 끊임없이 확산되는 가능성의 연결을 통해 우리 삶이 더 행복하고 풍요로워지는 것을 나타낸다. SK텔레콤이 만들어가고자 하는 기술은 단순히 ‘스마트’하기만 한 기술이 아니라, 사람들이 더 많은 꿈을 꿀 수 있게 하는, 더 인간적이고 따뜻한 기술임을 보여주는 것. 기술에 관한 SK텔레콤의 이런 철학은, 올초 선포한 비전 ‘새로운 가능성의 동반자’에 그대로 반영돼 있다.

SK텔레콤 광고 캠페인의 핵심 가치는 ‘가능성’이다. 올해 새로 선보인 ‘가능성의 릴레이’ 캠페인은 SK텔레콤이 꾸준히 진행해 온 ‘가능성’ 시리즈의 바통을 이어받은 것이다. 사람들의 가능성을 실현시켜주는 파트너가 되겠다는 SK텔레콤의 비전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지난해 가능성 캠페인이 ‘가능성을 만나다’는 슬로건과 함께 가능성의 ‘발견’에 의미를 두었다면, 올해는 이런 가능성들이 ‘연결’되고 ‘확산’돼 더 큰 가능성의 세상을 이루겠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릴레이’라는 단어를 통해 우리는 모두 꿈꾸는 가능성의 존재들이며, 세상의 가능성까지 키우는 위대한 가능성의 주자들이라는 의미까지 담아낸다. 이는 ‘사람들은 저마다 새로운 생활을 꿈꾸고 그 꿈들이 이어져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 갑니다’는 카피를 통해 잘 드러난다.

최근 전파를 탄 가능성 시리즈의 첫 광고는 ‘어렵고 딱딱하게 느껴질 수 있는 기업의 비전을 어떻게 대중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인간적인 이야기로 표현할 수 있을까’하는 고민에서 출발한 것임을 알 수 있다. 미래의 발전된 세상은 첨단 기술로 구현할 수 있지만, SK텔레콤이 말하는 것은 기술 자체가 아니라 더 큰 가능성을 열게 해 줄 기술이 가진 ‘가치’였기 때문이다. 미래상을 담되 현란한 기술이 난무하는 공상과학 소설이 아닌, 꿈꾸는 이웃들의 사람 사는 이야기로 느껴질 수 있도록 광고를 만든 까닭이다.


◆제작 스토리 - 일상 속에서 미래의 모습을 보여줘

기업철학을 영상에 담아 표현하기는 쉽지 않다. 관념적이거나 듣기 좋은 메시지가 되기 십상이어서다. SK텔레콤 광고는 생활 속의 작은 에피소드들을 모아 보여주는 방법으로 이를 극복했다. 누구나 겪을 법한 일상 속에서 구체적인 미래상을 보여주며 ‘가능성을 만드는 기술’이란 울림을 만들어냈다는 평이다.

광고를 여는 에피소드는 ‘당신의 아침을 깨우는 창’. 기술이 첨단화될수록 아날로그적 감성에 대한 기대가 커진다는 점을 파고들었다. 최첨단 휴대폰 화면에 나타난 수탉 한 마리가 창문틀에서 ‘꼬끼오’ 소리로 아침을 깨운다는 설정에 위트가 넘친다. 수탉은 오늘의 날씨며 주식 시세, 일정 등 하루를 시작하는 데 필요한 정보도 알려준다.

잠에서 덜 깬 주인공이 베개를 던지자 푸드덕거리며 사라지기도 한다.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그 중심에는 사람이 있고, 기술은 더 인간적으로 발전해 나갈 것이란 휴머니즘적인 기술철학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다음 에피소드 ‘당신의 건강을 살피는 거울’은 건강 관리를 돕는 기술의 효용성을 얘기한다. 스마트폰을 열면 지난 검진 결과와 언제 검진받으면 좋을지도 알려준다. 먼 미래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지금도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한 혈압, 식단 조절 등 간단한 건강 관리가 가능하다. 또 개인 맞춤형 의료서비스를 위해 서울대병원 등과 협력해 스마트 헬스시스템도 구축 중이다.

이어 ‘당신을 찾아오는 교실’은 기술이 전달하고자 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기술로 인해 사람들의 삶이 어떻게 풍요로워질지를 전한다. 교복을 입은 아이들이 있는 교실. 선생님이 잠깐 한 눈을 파는 사이 앞 줄에 앉은 개구쟁이 친구가 장난을 건다. 맨 뒷줄에 환자복을 입은 친구가 앉아 같이 수업을 듣고 있다는 것 말고는 여느 수업 시간과 다를 바 없는 풍경이다. 그러나 카메라가 각도를 틀자, 반전이 일어난다.

사실 친구들은 학교에, 환자복을 입은 친구는 병원에서 따로 수업을 듣고 있었던 것. 병원에 있는 아이들은 병실이 아닌 교실에서, 혼자가 아니라 친구들과 함께, 선생님 몰래 장난도 쳐가며 수업을 듣던 시끌벅적한 학교 생활을 그리워할 것이란 데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