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유권자 2100만명…정치 관심도는 낮아"

미국 대선전의 승패를 가를 주요 지역에서 히스패닉 인구가 급증하고 있다는 사실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결정적으로 유리한 요소로 지목된다.

하지만 이들 히스패닉은 확대된 자신들의 정치적 위상을 선거에서 정확하게 반영하지 못한다는 한계를 갖고 있다.

정치에 무관심해 유권자로 등록하거나 투표권을 행사하는 비율이 다른 인종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이다.

오바마와 히스패닉 지도자들이 이들의 지지를 결집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이면서도 한편으로는 우려와 좌절감을 느낄 수 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들이 정치에 관심을 두지 않는 배경에는 현 민주당 정부에 대한 불신과 불법 이민자에 대한 집요한 단속을 주장하거나 시행하는 정치권과 사법기관에 대한 두려움 등이 자리잡고 있다.

히스패닉계 유권자운동 단체인 `내 가족부터 투표를'의 벤 몬테로소 대표는 전국의 간부들이 모인 자리에서 "우리의 정치참여는 아직 극대화되지 못하고 있다"며 "개발되지 않은 잠재력이 투표소에 있다"며 투표 독려 운동에 나설 것을 요청했다.

10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올 가을 대선에서 투표권을 가진 히스패닉 인구는 2천100만명이 넘는다.

콜로라도와 플로리다 등에 대규모 히스패닉 밀집지역이 있으며, 일리노이와 아이오와, 노스 캐롤라이나, 버지니아 등에도 적지 않은 인구가 몰려 있다.

하지만 이들 가운데 유권자 등록을 한 사람은 1천만명도 안되고 실제 투표율은 이보다 훨씬 낮을 전망이다.

이번 대선의 승패를 가를 `스윙스테이트'(경합주)에서도 마찬가지다.

네바다주에서의 유권자 등록률은 42%, 버지니아주에서는 35%밖에 안된다.

2008년 대선에서는 전체 히스패닉 유권자의 50%정도인 1천만명이 투표권을 행사, 백인(66%)이나 흑인(65%)의 투표율에 비해 크게 못미쳤다.

NYT는 투표율이 상대적으로 낮아도 어느 인종보다 빠른 속도로 증가하는 히스패닉이 미국 정치에서 가장 강력한 세력이 되어가고 있다는데는 민주와 공화 양당 모두 이견이 없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오바마 진영이 초반부터 콜라라도 등 4개 경합주에서 3개의 스페인어 TV광고를 동원하고 유권자 등록을 독려하는 등 선제적 공격에 나선 것도 이들의 표심을 얻지 않고서는 승리를 장담하기 힘들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맞서 밋 롬니 공화당 대선후보는 오바마가 경제를 망쳤고, 이것이 결과적으로 히스패닉 공동체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내세우면서 틈새를 파고 든다는 전략이다.

롬니 캠프는 지난주부터 웹사이트를 통해 히스패닉의 실업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는 스페인어 광고를 내보내고 있다.

최근의 여론조사를 보면 히스패닉은 두 사람 중 오바마를 압도적으로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무엇보다 공화당이 이민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법안을 추진한데 대한 반감이 크다.

그러나 오바마가 이민규제 완화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일자리 확대에 실패한데 대한 실망감도 만만치 않다.

이는 현 정부에 대한 불신과 투표 기피로 이어질 여지가 있다는 점에서 오바마로서도 긴장의 고삐를 늦출 수 없는 상황이다.

마이애미에 사는 데르키스 산체스(51)는 "히스패닉을 위해 온갖 것을 다 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실제로 이행된 것은 절반도 안된다"고 비판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최근 히스패닉의 투표율이 낮다는 점에서 오바마에게 히스패닉은 기회이자 도전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당시 WSJ는 롬니에 대한 히스패닉 유권자의 지지율이 27%에 그치고 있는데 이를 40% 가까이로 끌어올리지 못하면 선거에서 이길 수 없다는게 전문가의 견해라고 전했다.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은 2004년 대선에서 히스패닉 유권자 40%의 지지를 얻어 대통령에 당선됐지만 2008년 대선에서 존 매케인 당시 공화당 후보는 31%밖에 얻지 못해 낙선의 고배를 마셨다는 것이다.

(뉴욕연합뉴스) 정규득 특파원 wolf85@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