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1월 입주를 앞둔 대림산업의 ‘의왕 내손 e편한세상’. 전용면적 59㎡짜리 아파트의 경우 발코니를 트면 면적이 28㎡가 더 늘어난다. 입주자들은 같은 분양가를 내고 사실상 87㎡짜리 아파트에 거주할 수 있는 혜택을 누리는 셈이다. 이처럼 같은 전용면적이라도 발코니 확장 이후 내부 구조가 훨씬 넓어 보이는 아파트가 있다. 이른바 ‘발코니의 마술’이다.

아파트 분양시즌이 본격화되면서 서비스 면적으로 주어지는 발코니를 꼼꼼히 따져보려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발코니 확장이 허용된 이후 주거 공간의 실질적인 크기를 좌우하는 절대 변수로 작용하고 있어서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최근 건설사마다 서비스면적으로 주어지는 발코니 부분을 확장하고 새로운 평면 설계로 공간 활용성을 높이려는 시도가 활발하다”며 “모델하우스를 방문할 때는 발코니가 어떻게 설계됐는지를 유심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발코니면적 천차만별

발코니 확장이 전면 허용된 건 2006년부터다. 발코니 바닥에도 난방을 설치해 거실 침실 등 전용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된 것. 발코니 넓이는 사실상 아파트의 넓이와 마찬가지가 됐다. 그럼에도 아파트 분양은 전용면적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그 차이를 간과하기 쉽다.

아파트의 전면부 공간을 뜻하는 베이(bay)를 늘리는 최근의 설계 기법도 발코니 확장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요즘은 소형아파트도 거실과 안방, 작은방을 앞쪽에 배치하던 기본 3bay 구조를 넘어 나머지 방 하나를 더 전면에 배치해 길게 늘이고 아파트 뒷면에도 발코니를 두는 4bay 설계를 도입하는 사례가 많다.

이렇게 하면 발코니 확장 면적을 더 늘릴 수 있다. 예컨대 3bay로 설계된 전용 84㎡ 아파트는 발코니 확장을 통해 실내 공간을 최대 33㎡까지 넓힐 수 있는 반면 4bay를 적용하면 늘릴 수 있는 면적이 42㎡에 이른다.

같은 아파트 단지에서도 서비스면적이 차이가 나곤 한다. 대우건설이 지난달 분양에 나선 ‘개봉 푸르지오’ 아파트 전용 119㎡ 짜리 A-2 타입은 발코니 면적이 26.2㎡이지만 B-2타입은 35.9㎡로 꽤 차이가 난다. 분양가(발코니 확장비 포함)는 A-2타입이 6억6738만원, B-2타입은 6억6963만원이다. 분양가 225만원의 차이에 10㎡(3평)가량의 서비스면적을 더 받는 셈이다. 이 아파트의 3.3㎡(1평)당 분양가는 1800만원대에 이른다.


○택지지구 아파트가 더 넓은 편

발코니 확장을 통해 실내 면적을 크게 늘릴 수 있는 4bay, 4.5bay 설계는 주로 중견 건설업체들이 짓는 택지지구 아파트 단지에 많이 적용된다. 한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대형 브랜드와 경쟁해야 하는 중견업체들이 설계에 투자를 확대해 선호도가 높은 평면을 내놓는 사례가 많다”며 “넓고 평평한 대지에 짓는 택지지구 아파트에서 상대적으로 수요자들에게 더 유리한 평면을 뽑아내기가 쉽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반도건설이 김포한강신도시에 분양했던 ‘반도 유보라2차’ 전용 59㎡짜리 아파트는 4.5bay 설계를 도입해 실제 사용공간을 90㎡까지 늘릴 수 있도록 해 청약자들로부터 큰 관심을 받았었다. 분양 당시 평균 1.08 대 1의 청약경쟁률을 기록한 데 이어 95% 이상의 계약률을 기록해 김포한강신도시에서 모델하우스를 폐관하며 분양을 마감한 유일한 단지이기도 하다. 반도건설 관계자는 “당시 청약시장이 꽁꽁 얼어붙었던 상황이지만 실속형 청약자들의 호평을 받아 큰 차질 없이 계약을 치를 수 있었다”고 전했다.

○넓은 발코니로 승부 거는 아파트

발코니 면적이 분양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면서 이를 특장점으로 내세운 분양 단지들도 늘고 있다.

롯데건설이 분양 중인 서울 서초동 ‘서초 롯데캐슬 프레지던트’는 전용 84㎡B형의 경우 발코니 확장으로 넓어지는 면적이 27㎡다. 동아건설이 동두천시 지행동에 짓고 있는 ‘지행역 동아 더 프라임’ 아파트 84㎡도 발코니 서비스 면적이 32~37㎡에 이른다. 이 중 대피공간 등을 제외한 26~31㎡의 면적을 모두 주거공간으로 쓸 수 있어 실내 면적은 최대 111~115㎡까지 늘어난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팀장은 “전반적으로 분양가는 여전히 비싼 편이면서 가격도 잘 오르지 않는 상황이기 때문에, 작은 면적의 아파트를 사서 발코니를 확장하는 것이 실속 있는 선택”이라며 “건설사들도 이 같은 시장 변화에 맞춰 설계 기법을 더욱 다양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