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라인' 뜬다…압구정 로데오·왕십리 들썩
7일 서울 압구정 로데오거리 메인 도로변. 3~4개의 건물이 업종을 바꾸기 위해 리모델링 공사를 벌이고 있었다.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분당선 연장구간(선릉~왕십리) 개통이 다가오면서 패션 브랜드(SPA)와 화장품 업체들이 매장을 내기 위해 공사를 하고 있다”며 “갤러리아백화점 쪽 대로변의 40㎡ 상가는 월세 500만원에 권리금이 2억~3억원대에 이를 정도로 비싸지만 패션·화장품 브랜드들이 매장을 내려고 줄을 서 있다”고 말했다.

지하철 2호선, 9호선과 함께 ‘골드라인’으로 불리는 분당선 연장구간 개통이 10월로 다가오면서 수혜지역 부동산이 달아오르고 있다. 압구정동 로데오거리는 가로수길에 빼앗긴 명성을 회복하기 위한 준비에 들어갔고, 지하철 2·5호선, 국철 중앙선에 이어 분당선까지 4개역 역세권으로 부상하는 왕십리역 주변에 수익형 부동산 개발업체들이 몰리고 있다.

◆왕십리역 주변 땅 구하기 전쟁

철도시설공단에 따르면 그동안 몇 차례 연기됐던 분당선 연장구간은 10월께 최종 개통한다. 2004년 착공 당시에는 2008년까지 공사를 마칠 계획이었지만 여러 차례 지연된 끝에 8년 만에 공사를 마무리한다. 이 영향으로 분당선 개통의 최대 수혜지역으로 꼽히는 왕십리역 주변에서는 도시형생활주택, 오피스텔, 호텔 등을 지을 부지를 확보하기 위한 물밑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이 지역 주민들은 지금까지는 강남에 가기 위해 지하철 2호선을 이용해 돌아가야 했다. 분당선이 개통되면 10여분 만에 강남에 진입할 수 있다. 강남으로 출퇴근하는 이들을 겨냥한 수익형 부동산 개발 붐이 불고 있는 이유다. 이에 따라 작년 초 3.3㎡당 5000만원 이하에 거래되던 왕십리역 인근 대로변 저층 건물의 호가가 최근 7000만원까지 뛰었다. 서울 하왕십리동 학사공인 김재철 대표는 “10여군데의 시행사와 개인들이 사업 부지를 구하고 있지만 땅을 손에 넣지 못하고 있다”며 “가격 상승 기대감도 높아 건물주들이 땅을 팔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부활을 준비하는 압구정 로데오

압구정 로데오거리는 1990~2000년대 초반까지 최고의 강남 상권 중 하나였다.

그러나 2000년대 중반부터 신사동 가로수길에 밀려 고전을 면치 못했다. 한양아파트 사거리 로얄부동산 관계자는 “3호선 압구정역에서 로데오까지는 20분 가까이 걸어와야 해서 유동인구가 늘지 못했다”며 “상가 임대료까지 지나치게 오르는 바람에 신사동 가로수길로 중심이 넘어가 버렸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가로수길의 임대료가 치솟고 있는 데다 분당선 개통이 눈앞에 다가오면서 압구정 로데오거리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대로변 건물은 대기업 계열 유통업체들의 타깃이 되고 있다.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입점을 노리는 대기업 계열 유통업체들이 두 배 이상의 임대료를 제시하며 건물주에게 기존 세입자를 내보낼 것을 권유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면도로변의 죽은 상권도 살아날 조짐이다. 갤러리아백화점과 학동사거리 사이 이면도로변에는 주로 식음료업체와 중소 유통 브랜드들이 들어서고 있다. 최광준 현대공인 대표는 “올해 2~3월부터 이면도로 빈 상가에 임차인들이 들어차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