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도 구제금융을 받아야 할 지경이다. 중국 등 신흥국에까지 파장이 번질 것이란 경고다. 주요 증시가 동반 추락한 것도 그래서다. 그런데도 해법찾기를 놓고 논쟁만 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이나 유럽중앙은행 등 국제기구들은 유로존 17개국이 공동으로 유로본드를 발행하자고 목소리를 높이지만, 구심점인 독일은 연간 추가부담이 200억유로를 넘는다며 반대하고 있다. 평행선은 그대로다. 독일은 대신 긴축을 통해 재정적자를 국내총생산(GDP)의 0.5%로 줄이는 신재정협약을 밀고 있다. 이도 저도 안 되자 그리스나 스페인을 유로존에서 퇴출시키자는 그렉시트(Grexit), 스펙시트(Spexit)가 불가피하다는 말이 나돈다. 이렇게 위기는 시간만 보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량국인 독일이 유로존에서 탈퇴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와 흥미를 끌고 있다. 이른바 저멕시트(Germexit)다. 미국의 싱크탱크인 경제전략연구소(ESI)의 클라이드 프레스토위츠 소장과 프랑스의 저명한 금융계 인사인 존 프라우트가 지난달 30일 CNN에 공동 기고한 글에서 나온 개념이다. 이 주장은 독일이 유로존에서 탈퇴해 마르크화 체제로 복귀하라는 것이 골자다. 유로화가 유로존 국가들의 평균적 경제력에 맞춰진 결과, 독일은 약세 통화를 사용함으로써 수출 경쟁력이 높아져 막대한 무역수지 흑자를 누리게 됐다. 하지만 그리스 스페인 등 역내 주변국가들은 정반대로 강한 통화 때문에 수출도 못하게 됐다는 것이다.

이들은 독일이 마르크화로 돌아가야 유로존 위기를 해결할 수 있다고 단언한다. 독일이 빠지면 유로화가 절하되기 때문에 독일 외의 다른 국가들은 수출도 늘리고, 유로본드 발행도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독일은 수출 감소와 일시적인 실업증가라는 문제가 생기겠지만, 외부자본이 유입돼 결국 금리와 물가 걱정없이 투자가 촉진될 수 있다는 논리다. 이들의 주장은 물론 ‘아니면 말고’ 식일 수도 있다. 유럽의 위기는 “복지는 우리 호주머니에, 비용은 유로화로” 내게 하자는 발상이 빚어낸 역사적 참사다. 또 그것이 위기의 본질이다. 독일이 유로본드에 반대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제로금리 국가더러 연 3~4%의 금리를 주는 유로본드에 참여하라는 것은 우등생한테 열등반에 들어가라는 것과 같다. 유럽은 지금 민주주의 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