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고덕주공2단지, ‘공공관리제’ 적용되는 첫 대규모 단지

“새 아파트의 일반분양 성적은 모두 건설사의 책임입니다. 미분양 아파트는 공사대금 대신 건설사가 일반분양 가격 100%로 떠안게 됩니다.”

공사비 1조원 규모의 서울 고덕동 고덕주공2단지 재건축 사업을 수주하기 위해 모인 건설사 직원 수 십여명은 조합장의 설명이 계속될수록 표정이 어두워졌다. 이 아파트 재건축조합이 시행사를 선정하기 위해 지난 29일 건설사들을 대상으로 사업설명회를 연 자리였다.

재건축 과정의 투명성을 높이고 조합원의 이익을 보호하겠다는 취지에서 ‘공공관리제’가 적용된 고덕2단지의 사례를 보면 앞으로 건설사들의 ‘애로(隘路)’도 적지 않을 듯하다. 치열한 경쟁을 거쳐 ‘수주’를 하지만 ‘사업성(수익)'을 맞추는 것도 점점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7월로 예정된 본입찰에 앞서 고덕주공2단지 재건축조합이 가진 이날 설명회에는 GS건설, 삼성물산, 현대건설, 포스코건설 등 국내 대형 건설사들이 총출동했다.

건설사들이 재건축 안을 조합에 제시하던 과거의 수주방식과 달리, 공공관리제가 적용된 단지는 조합이 건설사에 직접 여러가지 조건을 요구하며 따를 것을 요구한다.

조합 측은 “대안설계와 같은 설계 변경은 일절 허용되지 않으며 주민들에게 환심을 사기 위해 현실성 없이 높은 무상지분율(재건축 시 분담금을 내지않고 받을 수 있는 면적)을 제시하면 입찰이 무효가 된다”며 “공사비와 일반분양가를 넣고 계산하면 수치가 나오기 때문에 거짓말은 다 드러난다”고 수 차례 강조했다.

변우택 고덕2단지 재건축 조합장은 “인근 단지에선 건설사들이 160~170%대의 허황된 무상지분율을 제시했지만 그 대가로 사업은 늪에 빠졌다”며 “우리는 대출액, 이주비 등 사업의 거의 모든 부분을 직접 정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손에는 재건축 사업 내역이 담긴 책자를 들고 조합장의 설명을 경청하던 건설사 관계자들의 표정은 복잡해 보였다. 조합장의 설명을 듣고 나온 현대산업개발과 두산건설 관계자는 “여러 가지 조건을 고정시켜놓고 하는 입찰이라 수주에 성공하려면 머리를 짜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설명회에 참석한 중견 건설사 태영건설 관계자도 “공공관리제 재건축 사업 수주에서는 ‘브랜드’나 ‘기업 이미지’보다는 가격과 무상지분율 등 실질적인 조건으로 경쟁이 이뤄져 해볼 만하다고 판단했다”며 “수주도 중요하지만 앞으로 재건축 사업이 공공관리제 방식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경험을 쌓는 것도 중요해 참석했다”고 귀뜸했다.

이 단지의 재건축 사업을 수주하기 위해 2000년대 초부터 공을 들여온 GS건설의 관계자는 “수주 여건이 쉽지는 않지만 면밀하게 검토해 꼭 사업을 따내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의지를 밝혔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