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연 "이라크서 제2 중동 붐 일으키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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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80억弗 신도시 본계약
중동건설 현장 경험 바탕 전후 복구사업에 관심
인천 '한화에코메트로' 단지 이라크 총리에 보여주며 '의욕'
제3국 수주 방해 움직임에 100명 TF 꾸려 맞대응
중동건설 현장 경험 바탕 전후 복구사업에 관심
인천 '한화에코메트로' 단지 이라크 총리에 보여주며 '의욕'
제3국 수주 방해 움직임에 100명 TF 꾸려 맞대응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지난달 29일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건설공사 본계약 체결을 위해 현지로 출국하면서 남긴 말이다. 김 회장은 “지난 2년간 수시로 이라크를 다녀왔다”며 “1970년대 한국이 중동에서 건설 붐을 일으킨 것처럼 한화가 제2의 중동 붐을 일으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이라크 신도시 사업은 김 회장의 탁월한 경영감각과 강력한 추진력이 빚어낸 결과라는 게 재계 안팎의 평가다.
김 회장은 이라크 전쟁이 끝나기 2년 전인 2009년부터 “미국이 전쟁에서 승리하고 종전이 이뤄지면 대규모 전후 복구사업이 잇따를 것”이라며 김현중 한화건설 부회장에게 해외시장을 전담케 했다. 이후 김 부회장은 이라크 정부와 꾸준히 접촉, 건설공사 수주를 위한 길을 닦아왔다.
이 같은 김 회장의 판단은 중동 건설붐을 직접 경험했기에 가능했다. 김 회장은 1970년대 막대한 오일달러를 바탕으로 한 중동 건설붐이 불었을 때 태평양건설에서 해외담당 임원과 사장을 지내면서 중동 건설시장의 노하우를 쌓은 바 있다.
이라크 재건사업의 가능성을 주시하던 김 회장은 2010년 2월 김 부회장을 민·관경협사절단으로 이라크에 보내 신도시 건설사업의 사업성 검토를 지시했다. 수익성이 있다는 판단을 한 김 회장은 사업계획과 구체적 전략수립을 직접 지휘했다.
이로써 한화는 2011년 4월 카밀 알 말리키 이라크 총리가 방한했을 때 신도시 사업 청사진을 펼쳐보일 수 있었다. 당시 김 회장은 “이라크 당국자들에게 한화가 대규모 신도시 사업을 충분히 해낼 수 있다는 사실을 눈으로 확인시켜줘야 한다”며 헬기를 준비시켰다. 말리키 총리에게 한화건설이 옛 인천 화약공장 부지에 짓고 있는 1만2000여가구(238만㎡) 규모의 ‘인천 에코메트로’를 둘러보게 하기 위해서였다. 이후 인천 에코메트로는 알 아라지 이라크 국가투자위원장을 비롯한 각국 주요 인사들이 방문 때마다 돌아보는 명소가 됐다. 한화는 같은 해 5월 합의각서(MOA) 체결에 성공했다.
MOA 체결 이후 본계약까지 1년여 동안 어려움도 많았다. 구속력이 없는 MOA의 특성을 간파한 제3국 건설업체들이 한화와의 계약을 방해하기 위해 집요하게 파고 들었다. 이때 김 회장은 곧바로 100여명이 넘는 이라크 태스크포스팀(TFT)을 꾸려 대응에 나서는 뚝심을 발휘했다. 그룹 TFT 사상 최대 규모였다.
이들은 한화의 신도시 건설 능력을 적극 홍보하는 한편 이라크 정부와는 수시로 접촉하면서 본계약을 끌어냈다. 원자재 등 물가상승분을 공사 금액에 반영해 MOA 당시 72억달러였던 공사금액을 계약할 때는 80억달러까지 늘렸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기회 포착부터 추진과 협상에 이르기까지 오너인 김 회장이 직접 사업을 지휘해 성공적으로 수주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